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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Aug 09. 2017

택시 운전사

사람을 쓰고 사람을 쓰다

쓴다는 말이 제법 오묘하게 쓰일 때가 있다. 우리가 쓴다는 말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오늘은 하루 종일 놀다시피 하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물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고 머리에 그리면서.


오랫동안 가지 않은(물론 얼마나 오래가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리 오래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영화관에 들렀다. 간단하게 철권 몇 판하고 가볍게 지고 나서 영화관으로 올라갔다.

-무슨 영화 볼거야?

-아무거나

정훈이는 뭘 봐도 상관없다는 말투였다.

-택시 운전사요

훈서의 말에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늘 생각하는 영화는 잘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6학년이 되면서 조금 변했나 싶다. 팝콘을 샀다. 영화관에 앉으니 광고가 제법 나온다. 

'아, 이래서 ........'

참 우끼긴 하다. 영화가 인기있다고, 또는 거시기 하다고 참 광고가 많이도 붙었다. 에라이.


그는 그랬다. 우유부단하면서도 인정 많고 선했다. 그냥 그렇게 속물적으로 살아가지만 충분히 그럴 이유를 가졌다. 하긴 세상 누구나 그런 이유가 없다면 이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살겠나마는. 각자의 삶의 이유는 그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그도 그랬다. 그랬기에 무턱대고 타인의 이익을 가로채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했다.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장면들이 많았다. 웃음도 살짝. 내가 일곱 살 때 저 산 너머에서 벌어진 일을 어찌 알았을까? 영화에 나오듯 순천 사람들도 모르고 사는 그런 세상. 진실없는 언론, 아니 왜곡된 언론이 얼마나 사람을 무지하게 만들고 병들게 만드는 지 다시 한번 살피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글을 쓰는가에 대하여도 다시 생각했다. 병신이다.


그의 선택 하나 하나를 생각해 본다. 모든 그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었겠지만, 나는 충분히 그 마음을 이해한다. 돌아가야하는 상황, 아니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 그리고 잠시 포기하면 차라리 더 나은 상황. 오히려 몰랐기에 더욱 황당했던 상황들. 그리고 그의 마음.


사실을 접하고서 그는 변한다. 아니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왜 인간은 변할까? 그 짧은 시간에 어찌 자신의 긴 삶의 여정을 바꿀 수 있을까? 눈 앞의 진실이 자신을 변화시켰을까? 그 모든 상황에 나에게 온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나는 바른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물론 나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그의 모습으로 지금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그렇다면 내게 어떤 충격의 순간이 온다면 나는 변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선택은 어떠할까? 예측하지 마라. 그 순간을 내가 만나지 않으면 나의 진실을 스스로 알아낼 수가 없다. 혓바닥만 간지러울 뿐이다.


위르겐 힌치 페터는 과연 진실을 구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가? 아니면 너무도 편안한 그 세상에 진절머리가 났기에 왔는가?라는 작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충격적인 현실을 맞이하고서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의 투철한 기자정신이 이 나라의 숨은 불편한 진실이 드러나게 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양심이었을까? 진실은 덮을 수 없고, 덮혀도 안되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수많은 광주의 사람들. 순박하면서도 너무도 모르는 그들. 아니 알 수 조차없던 그들은 왜 그리 무기력하게 당했을까?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그들과 그녀들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삶, 현실을 부정하면서도 부정하지 않는 삶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싶었을까? 그들이 베푸는 선은 그들을 위한 것일까? 타인을 위한 인간성인가? 과연 그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제법 웃기도 했고, 제법 눈물을 흘린 영화였다. 내가 그들이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혓바닥으로 멋진 모습을 자랑하며 지금에야 말로 떼울 수 있겠지만, 진정한 나의 모습은 그 순간을 살지 않는다면 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을 쓰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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