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도시를 살리는가
먼저 재생이란 말이 우습지만 차치하고.
한때 엄마가 젊었을 때 -나는 늦둥이라 딱히 엄마가 젊었을 때를 기억하지 못하고 엄마의 치열한 삶에 순간의 여유도 없다는 것을 알지만 예를 들어- 친구들이 집으로 쳐들어 왔다.
엄마는 예쁘게 꾸미진 않았지만 우리가 재미있게 놀게 내버려두셨다. 방에서든 청에서든 마당에서든. 요즘 같이 아파트라도 아마 그랬을거다.
놀다가 배가 고플 때 쯤엔 맛난 간식도 주셨다. 고매. 감. 뭐 이런 저런. 가끔은 엿이나 과자도 내 주셨다. 친구들은 신나게 먹고 놀고 뒹굴었다.
나도 덩달아 신났다. 엄마가 세상 최고였다. 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했다.
집에 간다는 친구들에게 엄마는 저녁상을 내미셨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집에서 자고 가도 된다고 친구들에게 살며시 귀뜸도 하셨다.
친구들은 엄마가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렸다. 내 생에 최고의 날이었다.
친구들도 장성하여 타지로 떠났다. 삶은 언제나 새롭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는 엄마와 아직도 그 동네에 산다. 엄마도 세월이 흘러 늙었다. 이젠 힘도 없고 마당있는 집도 버겁다며 아파트로 이사했다. -참고로 내 여든 다섯 엄마는 아직도 농사지으신다.-
다 큰 친구들이 찾아왔다. 엄마께 인사도 드리고 우리 집에서 옛날처럼 놀고 싶단다. 친구들과 수다떨며 캔맥주를 마셨다. 엄마는 조용히 건너방에 계셨다. 맛있는 음식도 없었다.
곧이어 아래층에서 시끄럽다며 민원을 넣었다고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친구들도 미안하다며 일어나려 했다. 나는 친구들을 붙잡았다. 엄마가 불쑥 문을 열더니 이제 그만 가라고 하신다.
저녁은 식당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라고 하신다.
엄마가 늙어서 그렇다는 건 그리고 아니지만 확실히 짜증이 늘었다. 친구들은 이제 우리 집에 못 오겠다고 한다. 난 말했다.
- 야. 내가 집도 멋지게 짓고 거리에도 치장 좀 하고 주변에 맛집도 알아볼게. 놀러와라. 내 돈 많다.
-우리가 그런 거 보고 오나? 어머님 뵈러 오지. 옛날 너거 집처럼 편안하고 추억이 있는 곳이 좋지. 어머니도 많이 힘드신거 같더라. 잘 모시고. 다음에 우리 신도시에 한번 와라. 니가 아무리 잘 해 놔도 놀기는 신도시가 더 낫다. 서비스도 그렇고 놀거리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