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을 날리며 봄을 전하는 햇살에게
제법 긴 시간이었지. 그리고 제법 네 힘을 숨기고 살아야했던 시간이었어.
여느 해보다 더 길게 느껴졌는지, 아니면 널 더 느낄 수 없는 날들이었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확
실히 일곱 살 꼬마가 동네 어느 돌담 아래에 앉아 남쪽 하늘에 떠 있는 널 보던 그때보다는 넌 많이 약해졌어.
양지 바른 돌담 아래는 포근했지. 여름 성난 네 모습보다 더 포근했어. 네 모습에 조금은 익어가는 내 얼굴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곤 했어. 그런 작은 행복이 내 나이 마흔하고 다섯이 되니 잘 찾아오지 않네.
왜 그럴까?
산다고 바빠서 널 제대로 바라볼 시간조차 잊어버리고 산 걸까?
검은 도화지가 너 덕분에 내 눈에 파랗게 보인다는 그런 단순한 과학적 사실도 잊고 살았을까?
그래도 언제나 네가 고마워. 아직은 제 힘조차 잃어가는 성난 북극의 찬바람 사이에서
네 살이 끼여 넉넉한 모습을 갖추진 못했다해도 언제나 네게 고마워.
오늘도 파란 도화지가 널 감싸고 있어 고맙고, 넌 바람에 끼어 이 세상 어디론가 다니면서
아직은 여물지 못한 우리에게 너의 그 넉넉함을 전해줘서 고맙다.
오늘 하루도 늘 같은 모습으로 빛나는 너에게.
혹여 이불을 덮은 널 보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언제나 넌 그 자리에 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