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심심하다-심심해지다)

진짜 심심한 어느 날 오후에 심심해지다

by 말글손

深心

스마트 폰을 들고 손가락만 놀린다

세상의 모든 소식 전해주는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면 마우스만 누르면

이 나라 이 세상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 눈에 다 살핀다

손가락만 까딱여도 되는 세상에

눈만 깜빡이면 되는 세상에

입만 열면 뭐든지 다 되는 세상에

엉덩이 붙이고 편안하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컵과 가위와 휴지와 펜과 잡지와 책과 포스트 잇

널브러진 책상 앞에 앉아 안정을 찾는다

컵으로 한 잔의 블랙 커피를 마셔도 보고

가위로 괜한 종이만 이리저리 잘라보고

휴지로 막힌 코를 후벼 파며 뚫어도 보고

펜으로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도 그려보고

잡지를 뒤적이며 종이 값이 아까워하고

책장 속에 형형색색 포스트 잇으로 도배도 한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심심하다



에라 모르겠다 낮잠이라도 자자 천둥벌거숭이마냥

다리를 책상에 꼬아 올리고 구겨질까 아끼던 양복

이불 삼아 머리에 푹 둘러쓰고 낮잠이라도 자자

양말에 쿰쿰한 냄새가 나고 땀이 배일 때까지 다녔으니

이제 조금 쉬어도 된다고 스스로를 달래며 눈을 감는다

눈은 감았는데 뭔가가 아쉽다 오늘도 심심하다

심심하다 차라리 멍하니 앉아 있으니 深心해진다

뭔가를 하려하지 않아도 세상 이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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