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을 돌아본다는 것

하루의 짧은 기록도 늘 얼룩지게 마련이다

by 말글손

시간이야 이래도 흐르고 저래도 흐른다.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즐길 수밖에 없는 유일한 그 무엇, 시간.


토요일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동화작가 지도사 과정을 라온 문화예술교육원 대표님이 들으면 어떻겠냐고 제안이 와서 흔쾌히 수업에 임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쉼 없이 달렸다. 글을 쓰는 것과 책을 만드는 것과 글을 쓰게 돕는 것과 책을 만들도록 돕는 것은 차이가 있다.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저녁엔 친구 집들이에 갔다. 많은 친구들이 올 줄 알았는데, 조촐한 모임이 되었다. 그렇게 토요일 하루는 공부로 물들고 술로 찌들었다.


일요일은 하루 종일 학교 표준화 검사 결과 해석사 양성과정 진행을 했다. 좋은 교수님을 모시고, 즐거운 시간과 도움되는 배움으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공간 준비하고, 다과 준비에 수료증 발급과 배움까지. 정신이 없었다. 아마 토요일의 찌든 술이 여파를 제법 미쳤다고 본다. 저녁엔 가족과 간단히 밥을 먹고 하루를 정리했다. 월요일이 다가오니 스멀스멀 두려움이 피었다.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커다란 보따리가 나를 눌렀다.


월요일 아침, 비가 내렸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난 쓰러져 있었다. 아내가 출근하자마자 전화가 울렸다. 차를 빼 달란다. 이런 약간의 귀찮음이 하루의 시작을 깨운다. 오늘은 경상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 예비부모교육 강사 면접이 있는 날이다. 물론 한 가득 담은 콩자루를 쏟은 듯 벌려놓은 일을 처리하려면 하루가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다미 도서관에 가자마자 밀린 서류 업무를 정리했다. 인사이트 표준화 검사 신청학교에 확인 전화와 몇몇 개인 검사 신청자를 위한 온라인 코드를 구입했다. 그 과정에서 유통 회원과 기관회원 구분을 잘 못해 2만 6천 원을 손해 봤다. 이런. 이러면서 배운다고는 하지만, 늘 지나고 나면 후회다. 까짓 거 거 머시라고........


프로파일러 일정을 공지하고, 경남경제교육센터 강의안을 짜고 강의 ppt를 만들어 보냈다. 그리고 뭘 하느라 엄청 분주하게 점심도 못 먹고 일했는데 손에 떨어지는 콩고물이 없다. 이런 세상에.. 반나절을 열심히 일했는데 결과가 없다니. 혹자는 "그래도 미래를 위한 투자 아이가?" 하면서 위로를 하지만 "그 딴 건 개나 줘버려!"하는 말이 불쑥 튀어 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수업을 할 때도, "공부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있어야지. 그게 결과야. 물론 시험 성적은 결과가 아니야. 그 결과물은 너만이 알지."라고 말하는데, '젠장, 나는 무슨 결과를 남겼지?'하고 말았다.


농협에 가서 사업자 카드 등록하느라 면접 시간에 늦을 뻔했다. 면접장에 들어서니,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는 분들이 대기하고 계셨다. 기본이 박사님들이시니, '나 같이 가방끈 짧은 사람은 어디 명함이나 내밀겠나?' 하는 마음이 작년과 동일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하긴 뭐. 세상이 가방끈대로 갈 것 같으면, 학교 선생님들도 다 학사들인데 뭐. 힘내자. 면접도 자알 보고-면접(얼굴 보는 일이 그리 힘들진 않다. 얼굴 보고 오면 되지)이 뭐 대순가? 사람이 사람 만나는 일인데.-다시 도서관으로 왔다. 꼬마 손님이 열심히 독서 중이다.


"꼬마 손님, 공모전 있는데 한번 해 보려오?"

겨우 꼬셔 동시 하나 받아 접수시켰다. 그리고 중학생들이 하나둘 늦게 왔다. 풍물반 하느라 늦고, 무슨 사진을 안 가져가 빽빽이 적는다고 늦고, 한 명은 아파서 안 오고. 영 복잡한 공부시간이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사이에 몇 곳의 학교에 표준화 검사 홍보 전화를 했다. 역시 세상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맡은 일을 다해야 다 같이 살 수 있다. 선생님들 양성하고 놀고 자빠지면 큰일이니 말이다.


그 사이 사*중학교에서 검사를 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강사료도 챙겨주신단다. 완전 대박. 내일 미팅을 잡았다. 멋진 모습으로 협상을 잘 하고 와야겠다. 중등 과외를 갔다고 제주도 갈 준비차 체육복 바지를 만원에 질렀다. 4.3 제대로 알고 오리라, 마음을 먹었다. 이번 기회에 공부나 좀 더 하자, 하는 막연한 마음.


다시 도서관에 가서 잠시 고등부 애들 만나 영화 한 편 보고 집에 맥주를 사 들고 왔지만 빵과 우유를 들고 누웠다.


엄청나게 바쁜 하루가 지나갔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하루가 지나갔다. 다시 돌아보지만, 가끔 그 순간의 마음은 전혀 남지 않고 얼룩이 지고 오염된다. 지금이 과거와 미래를 바꾸는 열쇠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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