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기록을 넘어 마음의 기록만을 남깁니다.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오전 8시 50분. 김해 공항을 출발하여 제주로 향했습니다. 제주 4.3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3년 간의 중요한 일거리를 포기하고 가는 길이라 더욱 의미 있길 기대했습니다. 인생의 무엇인가를 내 좁은 가슴에 담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참고로 사진이 많습니다. )
제주에 내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잠시 누려본 자유. 자유란 이렇게 모든 존재에게 그 가치를 부여하는 보이지 않는 가치입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매화의 평화. 평화란 늘 언제나 모든 이가 공평하고 화목하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전쟁과 구분되는 말이 아닙니다. 평화를 느끼는 순간 인간은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이루게 마련입니다.
이렇듯 인간이, 아니 모든 존재가 누릴 수 있는 그런 가치는 구분되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그 자체로 소중할 뿐입니다.
열매와 잎이 묘하게 자리 잡은 이름 모를 과일이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듯합니다. 내 것을 내어주어도 모자람이 없는 그런 어울림 말입니다.
제주도청에서 강의가 있어 가장 먼저 들렀습니다. 제주 4.3의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사진 공부라고 하면 딱 좋을 듯합니다. 당시의 사건들을 제대로 알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전국에서 제주 4.3 바로 알리기를 위해 모인 지역의 나름 잘--- 나가는 분들입니다. 물론 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님을 꼭 알려 드리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제주 4.3에 대하여 바로 알기는 관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나의 일에는 관심이 많지만, 내 이웃의 일, 내 사회의 일, 내 국가에 대한 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일에는 얼마나 관심이 많을까? 궁금합니다. 물론 나부터 아직도 나만 생각하는 못난 사람이란 사실을 간과하진 않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제주 4.3 공부에 돌입합니다. 제주 방문의 해를 맞아 70주년을 맞은 제주 4.3 바로 알기와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알리기 위한 전국 블로거들. 그들에게 삶의 또 다른 가치를 전해주길 바란다는 정무부지사의 인사로 인생의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제주 4.3 사건 진상보고서>와 제주 4.3에 관련된 거의 모든 자료를 수집 정리한 김종민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김종민 상임 공동대표의 짧은 인사와 제주 4.3에 대하여 하나씩 차근히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단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에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30,000여 명의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세기도 벅찬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입니다. 설명을 듣는 동안에는 그저 역사 수업을 듣는 듯 먼 거리의 아픈 영화를 보는 듯 느껴졌습니다. 강의 후, 제주 4.3 평화공원으로 역사 탐방을 떠났습니다.
온갖 상념이 겹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현대의 건축 구조물에서부터 눈 내린 3월의 제주를 느끼는 것까지 정말 잡다한 생각에서 시작하여 수많은 우리 민족이 희생당한 그 아픔까지, 직접 겪는 사소함과 겪어보지 못한 절망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온몸을 덮칩니다.
그리고 한 발씩 안으로 들어서면서 '왜 그리 아픈 역사를 우리는 겪어야만 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여 '얼마나 사람이 사람답지 못할 수 있는가?'까지 머리 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많은 역사의 사건들은 제 이름을 가지고, 나름의 의미를 찾고 있으나, 아직도 제주 4.3은 그 이름을 가지지 못했다고 하니, 이 역시 소용돌이를 겪는 과정이라 생각됩니다.
참혹한 흑백 사진을 보노라면, 내가 그때 그 시절을 살았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라는 고민이 다가옵니다.
2차 대전 말기에 제주는 일본의 최후 전투기지였다고 하니, 그 끝없이 떨어지는 제주민의 아픔을 쉬이 느낄 수 있습니다.
엄청난 군사시설 때문에 제주에서도 일본군의 무장해제와 항복 조인식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너무 다행입니다.
높은 교육열을 가진 제주민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불의에 항거하고 바른 길로 나아가길 바라는 그 정신이 더 높았을지도 모릅니다. 가르침과 배움이 한 데 섞여 사람의 삶을 바꾸는 그 가치를 우리가 쉬이 느낄 수가 있을까요?
일본의 패망 후 한국의 통치에 대한 흐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주 4.3은 일제시대부터 시작된 비극입니다.
그리고 전후의 국가 재건의 실패로 인한 아픔이 여실이 남아있는 지금의 현실인지도 모릅니다.
단순하게 기록된 한 문장.
"3.1절 기념대회 후 군정 경찰이 군중을 향해 쏜 총탄으로 6명이 희생되었다."
영상 자료를 보니, 군정 경찰의 말에 꼬마 아이가 차여 넘어집니다.
그리고 어른들이 화가 나 군정 경찰에게 돌팔매를 합니다.
그
리
고
그리고 시작된 발포와 6명의 사망.
그
리
고
제주는 불타기 시작합니다. 왜? 왜? 왜?
정치적 문제였을까요? 미군정 통치의 실패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이후 제주는 안타까운 절망의 깊은 늪에 빠지고 맙니다.
흑백 영상에 보이는 어머님의 모습에 가만히 눈을 뜨도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4.3 사건의 넋을 위령하고 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희생자의 명예회복과 평화와 인권을 위해 조성된
제주 4.3 평화 공원에서 마음의 짐을 한 가득 담았습니다.
한참을 서성거려야 했습니다.
나는?
나는?
이루 셀 수 없는 이들의 넋을 어찌하오리까?
차마 무어라 말하지 못한다는 말이 가장 마음을 잘 드러낸 말입니다.
일생에서 꼭 한 번은 가보아야 할 곳.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도 반드시 알아야 할 그 진실.
아픔과 절망을 넘어 지금의 제주를 일궈낸 모든 제주민들에게
머리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