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간만에 강의 한 건에 흡족한 마음으로 집에 왔어요.
늦은 시간인데 아내가 끊여주는 떡국이 호로록 목구멍으로 잘도 넘어가더라구요.
"밥 좀 더 줄까?"
"아니. 괜찮아. 배 부르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어요. 고향 친구의 전화.
"어, 친구. 잘 지내나?"
"니는 내가 전화했는데 니가 내 할 말 다 해삐네."
"뭐 대충 그리하고 사는 거제. 명절 잘 보냈나?"
"행님보고 보냈나가 뭐꼬? 보냈나... 요.자를 부치야제."
"하하. 그래. 잘 보냈나요?"
"그래. 친구도 잘 보냈나요?"
허튼 소리만 오가다가 친구가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딴기 아이고, 내일 시간있나?"
"와? 뭔 일 있나?"
정말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에요. 한 몇 년까진 아닌데 꽤 된 듯한 그런 친구. 한 일년은 넘은 듯 합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났지만.
"어, 내일 소주나 한 잔 하자꼬. 애들이 연락와서 함 보자쿠네."
"아이고. 나는 우찌 될 지 모르는데. 내가 하는 일이 그렇다 아이가."
사실은 아내 눈치가 보여 흔쾌히 답하지 못했습니다. 계속 근무로 바쁜 아내, 요즘은 일이 없어 거의 놀고 있는 나. 사실 백수라 눈치가 보여요. 오라는 곳은 많은데 갈 곳은 없는 그런 백수. 느낌 아세요?
비생산적인 삶이 녹녹치는 않습니다. 그래서 눈치를 슬며시 보는데......
아내는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늦게 연락이 된 친구. 친구가 연락이 없어 제가 먼저 연락을 하는 백수의 왕입니다. ㅋㅋ
깨톡으로 가볍게.
"오늘 우짜노?"
"한 명이 바뿌다고 미루자네."
"돈 버느라 바뿐가베."
"그런갑다. 그라모 담에 보자."
"그라자. 푹 쉬고."
"내 인자 퇴근하는데 소주 한 잔 하까?"
결국엔 이렇게 술 한 잔의 약속을 잡고 말았습니다.
아내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시늉을 하는 카톡질.
"언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그러셔."
짧고 간단한 답으로 오늘의 백수는 오늘도 간단히 한 잔 하러 갑니다. 며칠 연속은 아니지만 징검다리로 놀러 나가니 영 미안하네요. 놀러가는 게 아니라도 노는 거라 생각하면 노는 게 되니 영 속이 편치 않습니다.
이제 간단히 한 잔 하고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오늘도 빈 도서관에서 긴 시간을 잘 놀고 갑니다.
다음에 우리 도서관 놀러오세요.
마산 합성동 다미도서관입니다. 혼자서 운영하는데 텅 비어 있으니 놀기 좋아요.
#전문강사
#주제 에 맞게 열나게 준비해서 신나게 달려갑니다.
#말글손 장진석 01044450335
#하루48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