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12분

비빔밥처럼

by 말글손

그 해 겨울 끝자락은 사람들의 호들갑을 비웃듯 포근했어요.

햇살에 노루귀도 일찍 나들이를 했죠. 산수유 노란 꽃도 기다림에 지친 듯 재촉하며 꽃망울을 피웠어요. 바람엔 달롱개 내음이 묻어나기 시작했죠. 오만둥이도 향긋한 냉이와 함께 된장국 수영을 즐겼답니다. 이제 맛난 밥만 있으면 되죠.


정훈인 이런 날이 좋았어요. 오랜만에 엄마가 쉬는 날이라 가족이 함께 있어 더 좋은가 봐요. 아버지는 요즘 일이 통 없어요. 거의 매일을 정훈이와 같이 놀아주니 오늘처럼 엄 마가 쉬는 날을 더 기다리고 있어요. 오늘은 가족 나들이를 나왔어요. 찜질방으로 출동했죠. 하루 종일 갇힌 공간에 있지만 나쁘진 않아요. 그 공간이 모두가 한데 모여 흩어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비빔밥 그릇처럼.


훈서도 이번 가족 나들이를 무척 기대했어요. 낚시를 갈까? 맛 기행을 갈까? 고민이었지요. 그래도 상황에 맞춰 떠나는 찜질방 여행이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모든 걸 욕심에 맞출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가족이 오랜만에 같이 있어 맛있는 밥을 먹는 거만큼 행복했지요. 함께 있다는 건 비빔밥이잖아요. 어느 하나가 우선이 아닌 모두가 어울려야 하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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