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이런 기억 하나

by 말글손

소나무 대나무 짚단 모아

달집을 만들고 달만 기다리던 그 시절에도


달님 요강


말글손



이른 아침 분주한 엄마의 손놀림

잘 들어라 막걸리 한 모금

이도 여물어라 부럼 몇 개

달콤짭쪼름한 찰진 오곡밥

산도 들도 바다도 밥상 한 가득


처음 그 해의 그 달이 뜨는 날

손 모은 사람들 산으로 들로

하나둘 모여들어 달님 달님

커다란 대문 조심히 들어오소

저 붉은 달 품고 달집이 스러진다.


타다 남은 상대 우리 집 부지깽이

깡통에 달님 담아 둥근 달 돌리고

논두렁 밭두렁 홀랑 태우면

아이들 콧구멍은 새까만 굴뚝 된다

밤새 오줌 싼다는 어른들의 얘기에

꼬마는 꼬추를 꼭 쥐고


아니요, 아니요, 달님 요강에 누고 잘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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