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긴장된 시간이 있었다
얼마 전 KNN 행복한 책 읽기 프로그램에 인터뷰를 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갈 길이 먼 나이지만 설렘으로 가득한 시간이었다. 역시 지나고 나니 못다 한 말들이 입안을 맴돈다.
투박한 인터뷰 예상 자료에 대한 답글을 적었다. 그리고 이렇게 남겨본다.
KNN 인터뷰 with 황범 아나운서
일시 : 2019년 3월 18일 오후 2시
장소 : 다미 도서관
마음 상태 : 긴장, 떨림, 기대
#하루48시간
#저자인터뷰
#책에는답이없다
#나와의독백
자기소개 : 말로 나누고 글로 남기고 손으로 만드는 삶을 살고 싶은 작가 장진석
말 : 좋은 질문으로 사람들과 소통
글 : 지나면 사라지고 마는 생각 남기기
손 : 우리 아이들과 지역을 위해 사회활동
책 소개 : 일상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한 장르의 글로 표현하고 묶음, 일종의 에세이
집필 배경 : 우리 삶은 이토록 다양하고 다채롭다. 삶이 하나의 장르로 정해져 있다면 재미없다. 매 순간 소설 같은 삶도 있고, 시처럼 행간의 깊은 여운을 남길 수도 있고, 수필처럼 담백할 수 있고, 동화처럼 맑을 수 있고, 희곡처럼 열정적일 수 있다. 이런 순간의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은 대로 적어보고 싶었다.
나에게 주는 의미 : 사람은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사회를 위해 평생 3권의 책을 남긴다고 한다. 물론 꼭 책이라는 형태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가치나 방향이 자신, 타인, 사회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루 48시간>은 제 자신을 위한 책입니다. 그래서 독백의 형태이고요. 요즘 타인을 위한 글을 쓰고 있는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소개 대목이나 장면
조금 전에 말씀드린 깊은 고민이 바로 이 글입니다.
충고
말하지 못했다
진실은 이렇다고
돌아보니 잘했다
말하지 않은 것이
충고는 자신에게나
어울리는 법이다.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탈을 좋아하나 봐
왜 탈을 쓰고 저렇게 신나게 놀까?
서양 사람들은 가면을 좋아하나 봐
왜 가면을 쓰고 저렇게 신나게 놀까?
요즘 사람들도 가면을 좋아하나 봐
왜 실제보다 화면 속에서 더 신나게 놀까?
달걀
인생 그렇게 모나게 살지 말자
세상이란 무대에 이리저리 굴러야
삶이지
인생 그렇게 둥글게 살지 말자
세상이란 무대에 멈출 수 있어야
삶이지
모나지도 둥글지도 않게
삶은 달걀처럼
똥을 누듯이
작년에 입던 옷 버리기 아깝다고
서랍장 한 칸에 고이 접어두고
작년에 신던 신발 버리기 아깝다고
신발장 한 칸에 고이 모셔두고
내가 쓰던 물건 엄마는
언제나 아깝다고 무엇이든 꼭꼭 숨겨 놓아요
이제는 맞는 게 하나도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언제나 꼭꼭 숨겨 놓아요
어제 먹은 밥도 오늘 되면 저절로 똥으로 나오는데
내 물건은 언제 나올까요?
흉내
친구가 차를 바꿨단다. 친구가 집을 샀단다. 친구가 땅을 샀단다. 부럽다. 졌다. 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단다. 친구가 고급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단다. 친구가 야외 파티를 했단다. 부럽다. 졌다. 애쓴다. 그래도 마음은 아파하지 말자. 누군가를 나를 흉내 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에피소드
이런 방식으로 책을 내고 싶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를 많이 했다. 정체성이 없다. 장르가 정해지지 않았다. 아직 신인작가인데 이런 형태는 무리수가 있다. 등. 하지만 하고 싶었다.
똥을 누듯이란 글은, 시골에 갔을 때 아이들의 도랑 옆에서 나란히 앉아 똥을 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화장실이 옛날식 일명 푸세식이라 겁이 났던 모양입니다. 나란히 똥을 누는 두 아들을 보니 너무 귀엽더라고요. 그날 집 정리를 좀 하려는데 오래된, 그리고 이제는 전혀 쓰지 않는 물건들이 너저분하게 있
작가로서 청중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
많은 분들이 바쁘게 살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도 한번 지나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하죠. 하루나 48시간이 되면 좋겠지요. 그런데 바쁘게 열심히만 산다고 하루가 48시간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 시간의 소중한 생각을 짧게라도 기록하고 적어두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하루를 두 번 사는 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짬짬이 글을 적으면 좋겠습니다. 생각보다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많은 일을 한다고, 또는 바쁘게 산다고 주어진 하루가 두 배로 늘어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남길 수 있는 것이 진정으로 하루를 두 번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