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3)
그때는 그렇게 참 힘들었지만, 그 작은 기억으로 지금을 버티며 살아갑니다
by
말글손
Apr 10. 2019
3
“엄마, 우리 내일 소풍이래요”
“아유, 벌써 봄 소풍 갈 때가 되었네. 그래, 어디로 간다니?”
“동해면에 있는 성 나루터 잔디밭에 간데요. 보물 찾기도 한데요.”
학교를 다녀온 나는 첫 소풍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에는 순간 구름이 스쳤습니다.
‘뭘 싸주지? 집에 마땅히 싸 보낼 게 없으니…….’
농촌의 봄이야 다들 그렇다곤 하지만,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를 키우는 우리 엄마는 더 걱정이었을지도 몰랐습니다. 당장에 집에 있는 반찬이라야 김치와 봄나물 몇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엄마는 소시지 반찬이라도 싸 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요.
“엄마, 엄마도 내일 소풍 올 거지? 친구들은 엄마가 김밥 싸서 오신 댔는데.”
“그, 그래. 엄마도 김밥 싸고, 사이다도 한 병 사 가지고 갈게.”
엄마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습니다.
“아싸. 사이다. 신난다.”
구판장에 파는 녹색 사이다 한 병을 나 혼자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났습니다. 아버지가 몰래 지게에 숨겨온 줄딸기를 제게만 몰래 주었을 때의 기분이었습니다.
엄마의 얼굴에는 또 먹구름이 훑고 지나갔습니다. 사이다 한 병은 사갈 수 있겠지만, 김밥을 어떻게 쌀지 걱정인가 봅니다. 마른 김은 집에 있지만, 김밥 재료가 너무도 없었거던요.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keyword
엄마
김밥
소풍
매거진의 이전글
바쁘게 산다고 하루가 48시간은 아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4)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