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3)
그때는 그렇게 참 힘들었지만, 그 작은 기억으로 지금을 버티며 살아갑니다
3
“엄마, 우리 내일 소풍이래요”
“아유, 벌써 봄 소풍 갈 때가 되었네. 그래, 어디로 간다니?”
“동해면에 있는 성 나루터 잔디밭에 간데요. 보물 찾기도 한데요.”
학교를 다녀온 나는 첫 소풍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에는 순간 구름이 스쳤습니다.
‘뭘 싸주지? 집에 마땅히 싸 보낼 게 없으니…….’
농촌의 봄이야 다들 그렇다곤 하지만, 혼자서 농사를 지으며 아이를 키우는 우리 엄마는 더 걱정이었을지도 몰랐습니다. 당장에 집에 있는 반찬이라야 김치와 봄나물 몇 가지가 전부였습니다. 엄마는 소시지 반찬이라도 싸 주고 싶은 마음이었겠지요.
“엄마, 엄마도 내일 소풍 올 거지? 친구들은 엄마가 김밥 싸서 오신 댔는데.”
“그, 그래. 엄마도 김밥 싸고, 사이다도 한 병 사 가지고 갈게.”
엄마는 엉겁결에 대답을 했습니다.
“아싸. 사이다. 신난다.”
구판장에 파는 녹색 사이다 한 병을 나 혼자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났습니다. 아버지가 몰래 지게에 숨겨온 줄딸기를 제게만 몰래 주었을 때의 기분이었습니다.
엄마의 얼굴에는 또 먹구름이 훑고 지나갔습니다. 사이다 한 병은 사갈 수 있겠지만, 김밥을 어떻게 쌀지 걱정인가 봅니다. 마른 김은 집에 있지만, 김밥 재료가 너무도 없었거던요.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는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