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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4)

그럴 수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우리는 이런 선택을 합니다

by 말글손

4

엄마는 암탉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미안하다. 암탉아. 내일 석이가 소풍을 간다네. 그래서…….”

엄마는 손을 슬쩍 알을 품고 있는 암탉 아래로 집어넣었습니다.

“안 돼요. 안 돼요. 이제 세상으로 나올 아이들이란 말이에요.”

엄마 닭은 있는 간절하게 외쳤습니다.

“제발요. 우리 애들 잘 돌봐 주신다고 했잖아요.”

엄마 닭의 애절한 울음이 계속되었습니다. 엄마 닭의 서글픈 울음소리가 마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미안해. 그래도 석이가 내일 소풍 간다는데 도저히 그냥 보낼 수가 없어. 김밥에 계란이라도 넣어주고 싶어. 대신에 나머지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면 잘 돌봐 줄게.”


닭장이 시끄러워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갔어요.

"엄마, 닭이 왜 이렇게 울어?"

"어? 응. 아냐."

"김밥이라도 싸려면 계란이 필요하잖아. 그래서 한 두 개 꺼내려니 이러네."

"엄마, 병아리 나오면 키운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그랬지. 그래도 김밥에 김치랑 나물만 넣기엔 좀 그래서. 엄마가 맛있게 김밥 싸줄게."

"와, 신난다. 나도 맛있는 김밥 먹겠네. 엄마, 최고!"


엄마는 암탉이 품고 있던 알 두 개를 꺼냈습니다. 엄마의 하얀 손이 조금 어두워졌습니다.


엄마 닭은 있는 힘을 다해 엄마의 손을 쪼아댔습니다.

"제발요. 우리 아이들도 소중한 생명라구요. 석이는 그냥 밥이라도 싸가면 되지만, 우리 아이들은 생명이라고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엄마 닭의 저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으니까요.

"미안해. 그렇지만......"

"엄마, 뭐가 미안해?"

"아니야. 그냥. 병아리가 나오면 우리가 잘 키우자."

엄마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나는 김밥 생각에 신이 났어요.


"당신들은 정말 너무해요. 그까짓 소풍 때문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엄마 닭은 그만 그 자리에 앉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둘째와 넷째의 자리가 덩그러니 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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