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 합니다

by 말글손

피울음을 울어도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못난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작게 느껴졌어요. 그렇지만, 엄마 닭은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이미 떠난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여전히 소중한 아이들이 품 안에 고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나머지 아이들이라도 잘 품어야지.’

엄마 닭은 빈자리를 채우듯 더 꽉 알을 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다른 알들도 소중한 생명을 이어갈 수 없었으니까요. 아픈 마음을 달래며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엄마 닭은 온 사랑으로 첫째, 셋째, 그리고 막내를 정성껏 안고 비비며 품었습니다.

그때였어요. 알들이 조금씩 꼼틀대기 시작했어요. 엄마 닭은 살짝 긴장이 되었어요. 엄마의 아픈 마음이 전해졌을까 마음에 걸렸거든요.

“그래, 그래. 힘차게 나오너라. 너희들도 세상의 빛을 느낄 때가 되었구나. 어서 오너라.”


첫째 병아리가 알을 깨고 뽀얀 부리를 내밀기 시작했어요. 셋째 병아리는 자꾸만 꿈틀대기만 하고 빨리 나오지 않았어요. 엄마 닭은 부리로 알을 톡, 건드렸습니다. 드디어 노란 털을 뽐내며 머리를 내밀었어요. 젖은 깃털을 단 병아리 세 마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엄마 닭은 모두 건강하길 바랐습니다.


첫째와 셋째는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얼마 뒤에는 노랗고 보송한 털을 가진 멋진 병아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틀대는 막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은 아팠습니다. 듬성듬성 빠져나간 털과 여윈 몸. 어떻게 힘을 내어 살아갈지 엄마는 걱정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