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실례합니다 실내 합니다(연재 6)
삶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봄은 저물고, 여름이 다가오니, 세상은 온통 녹색으로 변했어요. 애벌레도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어요.
“와, 세상은 정말 신기한 곳이구나! 배가 너무 고픈데 뭐라도 먹어야겠어. 뭘 먹지?”
애벌레의 눈에는 보드랍고 아삭한 나뭇잎이 보였어요. 애벌레는 꼬물꼬물 자신이 태어난 나뭇잎을 갉아먹기 시작했어요.
"아야, 왜 내 몸을 먹어?"
"어? 너도 말을 해? 그래도 난 배가 고파. 미안"
“안 돼. 난 네가 태어날 수 있게 널 감싸주던 잎이잖아.”
“네가 날 감싸줬다고? 그랬구나. 고마워.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 너무 배가 고파.”
“안 돼. 나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단 말이야. 우리 같은 새싹이라고 생명이 없는 건 아니란 말이야.”
“미안해. 그래도 배가 고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 세상 구경 가려면 힘이 있어야지. 미안해.”
“안 돼.”
애벌레는 자신을 품어 주었던 나뭇잎을 다 갉아먹고 말았어요. 가느다란 잎자루만 나뭇가지에 남았습니다. 애벌레는 여기저기서 여리고 보드라운 잎들을 갉아먹었습니다. 점점 몸집이 커진 애벌레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툭’하고 떨어지고 말았어요.
“어이쿠. 아파라. 젠장.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네. 여긴 뭐 먹을 게 있으려나?”
애벌레는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기어 다녔어요. 나뭇잎과는 달리 땅바닥은 먼지도 많고 마땅히 먹을 것도 없었어요. 애벌레는 다시 나무로 기어오르려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