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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Oct 16. 2016

군고구마와 아들

촌에서 일하다 추억 한 조각 되살려 보다

금요일 어머님 병원투어를 마쳤다

아침에 고성에 안과갔다 독감예방 주사 맞으시고 골다공증 검사와 주사 맞으시고 마산가서 인공관절 수술 후 상태 확인하러 갔다가 집에서 주무시고 오늘 오후에 고향으로 왔다

마산서는 조용하시더니 들판의 나락을 보고 시금치를 보면서 말에 힘이 들어간다 천상 엄마는 촌에서 살아야 하나보다  친숙한 것이 다 좋은가 보다 나도 그렇다

큰골 밭에 가서 울금 심은  거 둘러보고 집에 와 고추대를 뽑았다

고추대를 뽑다보니 고매가 생각났다  어릴 적 나도 그랬다

아들에게 고매를 어떻게 구워 먹는지  밭에서 군고구마를 해 먹으면 얼마나 맛난지 알려 주고 싶었다

구덩이를 파고  깻단을 넣고 불이 시원찮아 짚단을 올리고

이젠 고매 굽는 데도 감이 사라졌다


고매를 구워 아들은 어릴 적 나처럼 입가가 쌔까매지게 먹고 난 계속 일을 한다

시금치가 잘 안 난 곳에 다시 씨를 심고  마늘 심을 준비를 했다

요즘에 괭이로 땅파는 사람이 어디 있냐만은 난 허리가 아리도록 괭이질을 해 댔다

배추  벌레가 너무 많아 잡고 약도 쳤다 약이 안 좋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에고

다하고 나서 마당 한 쪽에서 시원하게 멱을 감는다

물이 차갑다

돼지국에 식은 밥 먹고 나니 이제 살만 하다

농사는 힘들다  그래도 즐겁다

도시의 치열함이 농촌에도 있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저녁 달이 아련하다

친구들이 전화가 온다 맥주나 한 잔 하자고

고민이다 술이 너무 잦다 토요일이 쑤욱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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