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가게에 갔다. 딱히 신발을 살 계획 따위는 없었지만
까만 하얀 운동화 화려한 운동화가 눈길을 끌어당겼다.
마음이 이리저리 이끌렸다 말하면 더 쉬웠으리라.
나의 온몸의 무게를 묵묵히 버티며 구린 발냄새를 견디며
틀어진 나의 발모양을 그대로 받아준 낡은 구두.
미안했다.
늘 편안히 질질 끌고 다녀도 불평없이 찌그러져가는 슬리퍼
미안했다.
흙탕길 논 일 밭 다 버티며 군소리 없던 닳은 운동화.
미안했다.
늘 새 것만 좋다고 마음 주는 야속한 내 마음. 밉다.
오랜 친구는 나 몰라하고 사는 내가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