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엄마는 기억을 잃어가지만, 예전 기억은 남아있다.
"운제 왔노?"
"내 시사 오라꼬 엄마가 말했다아이요. 집에 왔다가 갔는데 생각 안나요?"
2019년 11월 9일. 토요일. 인동장씨 남산파 감서문중에서 시사가 있었다. 일년마다 찾는 시사지만 반가운 친척들을 만나기도, 낯선 친척들을 만나기도 하기에 좋기도 어색하기도 하다.
골다공증이 심한 엄마가 얼마 전 걷다가 옆구리가 뜨금했다고 했다. 병원에 다녀오니 갈비뼈에 골절이 있다고 한다. 아파서 누워 계신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시사에 다녀왔다.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시사에 가서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제사를 모시고 집으로 빨리 왔다. 국과 음식을 조금 챙겨 집에 와서 엄마와 함께 먹을 요량이었다.
"형수요. 집에 엄마하고 밥 좀 먹을라는데 음식 좀 싸주이소."
"와? 엄마는 또 와?"
걱정하는 형수님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왔다.
"밥 먹읍시다."
"내 밥 무웃다."
아침을 드시곤 점심을 먹었다는 엄마.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렸다. 치매 증상이 날로 심해진다.
"니 운제 왔노? 온다는 말도 없더마는."
아침에 와서 엄마에게 인사하고 시사 다녀왔는데도 몸이 아파 계속 누워 계시다보니 기억이 다시 사라졌나보다. 마음이 불편하다. 엄마는 싸온 회를 딱 3점 드시곤 다 먹었다고 안 먹는다고 다시 누웠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큰 집에 소중계를 모으러 갔다. 소주가 눈에 띄었다. 소주를 벌컥였다.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집에 와서 엄마 손을 잡고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엄마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내 저녁 먹었다."
변한게 하나도 없는 부엌을 보면서 화가 났다. 엄마는 밥을 먹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옆구리가 아파 계속 누워만 계셨다. 시사에서 받아온 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먹었다.
"저녁 언제 먹었소?"
"내 저녁 무웃다."
엄마를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아픈 엄마를 바라보는 내내.
늦은 저녁 집으로 와 맥주를 마셨다. 아내도 ,아이들도 나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부탁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술만 마셨다.
엄마의 기억이 자꾸만 다리 건너길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엄마는 총명하기고 우리 집안에서 아니 온 동네에서 최고였다. 자식들 키우느라 가끔 욕심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동네에서 어른으로 잘 지내오셨다. 그런 엄마가 이제는 기억을 잃어가고, 기력을 잃어 삶의 재미를 찾지 못하신다. 내가 애를 먹일 때만 해도 엄마는 살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었는데. 막내가 이제 조금 자리를 잡으려 모양새만 내고 있는데 벌써 엄마는 마음을 놓으셨나 보다. 다시 애를 먹이는 막내로 돌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엄마의 이야기를 써 내려 가고 싶다. 그런데 쓸 힘이 없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머리를 복잡하게 하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감을 잡을 수 가 없다. 그저 마음만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