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순간들의 선택을 우리는 어떻게 했는가를 돌아보지만 늘 아쉬움만 가득
시간이 쏜 화살처럼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그리 가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공간을 옮겨가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도 잘 가고, 공간도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공간을 빨리 이동할 수 있다면 시간의 변화가 없을 것이니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고 공간의 변화만 느끼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공간을 쒸욱 하고 옮겨갈 수 없으니 공간의 변화에 따라 시간이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뿐입니다. 물론 어느 한 공간에 가만히 있다고 해서 시간이 흐르면서 공간도 조금씩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공간은 시간과 늘 하나로 움직이는 우주의 3 주체인가 봅니다. 시간, 공간, 물질. 우리는 먼지 같은 물질이지만, 제법 잘 났다고 까부는 인간에 불과하고요.
지난 며칠의 시간과 몇몇의 공간을 떠올리면 이 먼지는 후회와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몇 곳의 기관과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강의를 했고, 고향 시사에도 다녀왔고, 편찮으신 어머님의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있으면서 답답한 마음에 술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자식들을 챙기고, 집이란 공간(물론 장모님 댁입니다.)도 정리하고 제 밀린 일도 처리하고, 그리고 답답함에 담배도 한 대 물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말입니다.
변함없는 그 일상의 연속에서 늘 비슷한 공간에서 그런저런 선택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공간을 소비하는 먼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불합리한 일들을 보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내가 잘났다고 소리치기도 합니다. 참으로 우스운 먼지입니다. 바람이 불면 나의 선택의 권리조차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바람 따라 휙 날아가버리는 그런 먼지가 세상을 향해서는 뭐가 잘났다고 까불고만 있습니다. 그 사이 이런저런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하지만 돌아서면 늘 아쉬움만 남습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오지 못해서, 일을 좀 더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밀린 일이 많은데 다 처리하지 못하고 미완으로 남겨둬서, 자식들 밥 챙겨주는 일이 미흡해서, 강의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서, 밀린 일기를 다 쓰지 못해서, 친구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지 못해서, 아내와 맛있는 밥 한 그릇 먹지 못해서. 이런저런 일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담배도 끊고, 술도 줄이고 인생을 더 폼나게 살고 싶다고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끼면서 실상은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쭈욱 이어가는 못난 선택과 아쉬움과 후회의 행동들이 언제 사라질까요? 아마 좀 더 세상을 살다가 보면 내 나이 50이 넘고 60이 넘으면 조금이나마 알까요? 이런 후회의 선택들이 조금은 줄어들까요?
아픈 엄마가 아내 집에 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나는 강력히 엄마를 모시고 왔어야 할까요? 엄마는 그냥 마음 편하게 집에 계시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 말을 믿어야 할까요? 아마 내가 엄마라면 꼭 엄마처럼 선택했을 겁니다. 자식에게 피해를 줘서가 아니라도, 그냥 조용히 공기 좋은 시골에서 나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지난주에는 친구의 아내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마 전에도 친구의 아내가 저 멀리 떠나갔지요. 소중한 사람이 떠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니 그전에 소중한 사람이 떠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오늘도 잠시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존재들을 생각하는 작은 먼지의 엉뚱한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