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자의 일생

순간을 반성하며

by 말글손

안 오나?

간다. 조금만 기다려.

차 빼란다.


야근을 하고 온 아내가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동료 가운을 빨아 준다고 했는데 전해주는 걸 깜빡했단다. 나도 강의 시간을 맞추느라 서둘렀다. 잠시면 다녀올 건데 직원이 차를 옮기라고 하니 순간 짜증이 났다. 아내는 헐레벌떡 뛰어왔다.


당신 나 못 봤나?

차에 오는데 시장 빵집 옆에 채소 파는 할머니 계시잖아.

그분 지하 방사선실에 모셔다 드리고 오느라고.

전에 만났는데 암이라서 장사 안 하시고 매일 항암치료받으신대.

오늘은 벌벌 떠시면서 숨도 잘 못 쉬시더라.



혼자 오신단 말이가?


아들들이 있는데 뭐 돈을 다 가져간다나. 뭐. 자세힌 몰라.

매일 택시 타고 오신다네. 택시 타러 가는 것도 힘드실 건데.


시장을 오가며 늘 인사를 주고받던 분이신데 얼마 전부터 뵙지 못했다. 그 사이 그런 일이. 며칠 전엔 친구의 아내가 안타깝게 세상을 등졌다. 어린아이 셋을 남기고.


젊어서 고생만 하고 노년에 저리 되면 어쩌시니?


아내 말에 마음이 무겁다.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라 부모라 그런 인생의 무게가 어깨에 내렸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아픈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며칠을 돌아보면 우리는 늘 후회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