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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부부싸움

원인을 내게서 찾으라

by 말글손

17년 정도 살았으면 무덤덤해질만도 하건만 여전히 부부는 어려운 사인가 보다. 서로에 거는 기대가 큰 건지 아니면 양가에 대한 말 못할 고민인지 또는 일상의 바라봄이 다른 지 알 수 없다.


아침 뜬금없이 아내의 톡이 왔다.

?고성 가나?

토요일마다 고성 군부대에 독서코칭과 글쓰기 수업을 가는데 갑작스레 온 톡에 의아했다.

!아니. 양산에 아버지 교육 간다.

저번에 홈플러스에서 산 작은 애 바지를 바꿔 달라는 의도로 톡을 보냈다고 했다. 그 시간 나는 국도를 달려 양산 통도환타지아 인근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고 나름 서둘렀다. 빠른 고속도로 보다는 가는 가을의 노란 옷자락이라도 잡고 싶어 국도를 달리는 걸 좋아한다.

아버지 교육이라기보단 그냥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남자들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못한게 아쉬운 가을날이었다. 저녁엔 대학 모임이 있어 급히 집으로 왔다. 아내도 늦게 마쳤는지 집에 오니 출발 상태가 아니었다.

작은 애는 친구 오케스트라 공연 간다더니 같이 가기로 만 친구가 약속을 어겼다며 합류했다. 장모님 밥을 차려드리고 급히 약속장소로 갔다. 택시 안에서 세금 얘길 아내에게 하니 많이 나왔다며 놀랬다. 난 짜증이 났다. 본인이 한 일에 대해 그 뒷처리는 등한시다. 시골 어머니댁에 수도세가 한참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수돗물이 흘러 넘쳐 온 마을 상수돌 타고 넘어가서 그렇다고. 미처 챙기지 못해 속상한데 아낸 갑자기 분주히 본인의 의견을 내었다. 평소 무관심하더니 살짝 빉딩 상했다. 나보고 그 돈을 내가 내었냐고 물었다. 첫 마디가. 화가 났다. 늘 그런 식이다. 모임에 가니 맛있는 회가 나왔다. 회도 잘 먹고 술도 기분좋게 마셨다.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지마자 아낸 내게 화를 냈다.

목걸이 이야기 나눈 게 화근이었다. 결혼 할 때 처가에서 목걸이를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난 술 마시고 취해 대리 운전을 불러 놓고 잠이 들었다가 목걸이 강도를 당했다. 결혼 반지도.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몇 해전 다시 해 준 목걸이 이야기를 하다 사단이 났다. 돈을 아끼느라 아내와 장모님이 부산에 가서 중고로 구입했다고 했다. 그냥 그 이야기였다. 부끄럽지도 않은 이야기. 오히려 경제적으로 사는 좋은 이야기였다. 뭐 나의 느낌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말에 아낸 내가 자기와 장모께 빈정거렸단다. 그리고 그 화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집 앞 골목에서도 집에 와서도.

말이 화근이다. 그래도 나도 화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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