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서의 사생활 엿보기
축구화 하나 사기 힘들다
며칠 동안 아버지는 회식의 연속이었다. 미안했는지 부산에 축구화를 일요일에 사러 가자고 꼬셨다. 덕분에 축구화를 조금 빨리 살 수 있어 좋았다. 아버지도 술을 좀 줄여야 하는데 걱정이다. 정훈인 야구부에 간다고 축구화 구경은 안간다고 했다. 엄마와 아버지와 부산 가는 길이 신났다. 며칠 동안 아버지에게 섭섭했던 마음도 다 풀렸다.
부산이 이리 먼 줄 몰랐다. 가게에 도착하니 눈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축구화와 용품이 마음을 잡았다. 역대 신발가게에 사람이 이리 많은지도 처음 알았다.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 뭐 나도 꼭 같지만. 내 발은 폭도 두께도 남달라 마음에 드는 디자인은 맞지가 않았다. 이럴 땐 부모 탓을 하는거다. 젠장.
아버지가 인내를 하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마음에 드는 걸 고르라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한 시간이 넘도록 고르고 골라 흰색에 디자인도 그럭저럭 괜찮은 축구화를 골랐다. 255냐? 260이냐? 엄마는 260을, 아버진 255를 권했다. 난 성장기 중학생이지만 내 발에 맞는 축구화를 신고 싶었다. 엄마도 어쩐 일인지 맞는 걸 사라고 쉽게 허락했다. 오랜만에 의견 일치. 기분이 좋았다.
이제 나의 새로운 축구 인생 시작이다. 집에 오는 길에 차에서 편하게 잠들었다. 소답동에 들러 국밥 한 그릇 먹고 집에 와 빨래를 널었다. 이 정도야 할 수 있지. 동생에게 좀 미안하지만 축구화를 계속 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