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뭐가?
-당신은 일억 오천에 요즘 이자가 얼만지 아나?
-삼프로대잖아.
-그런데 집을 사서 어쩌려구?
-공간의 가치를 살리면서 가능성을 타진 하는거지.
-당신은 할 것처럼 말했잖아.
-내가 언제?
-집값이 일억오천이니, 팔천이니 하면서.
그는 일 보러 나간다고 얼굴에 BB크림을 바르고 있었다. 술, 담배를 줄이면 피부톤이 살거라 했다. 그런 거 안 발라도.
-내년엔 담배를 끊어서 집을 사야겠다.
-절대 못 끊는다에 건다 한 달도 안 갈걸.
-아, 오늘 면접이 잘 되야 할텐데.
그는 오늘 면접을 보러 간다고 했다. 무슨 면접이니 물으니 주민참여예산컨설턴트라고 했다. 뭐하는거냐 물었다. 남편은 시큰둥했다.
시민들이 예산안 제안하면 가서 컨설팅 하는거라나 뭐라나.
그 말을 듣자마자 문득 스치는 생각.
-당신은 그리 계속 바깥 활동 할거면서 집 사서 어쩌려구?
-사무실 겸 공간 활용으로 가치를 찾아 보는거지. 타당한가 살펴보고.
그는 밖으로 계속 다니면서도 안에서 공간을 채우며 교육을 하고 싶어 한다. 학원을 할 때도 그러더니 도서관을 운영하면서도 그랬다. 지금까지 해 온 걸 보면, 하고 싶은 욕구야 알고 능력이야 알지만, 시간이 어디 허락하는가 말이지.
-늘 시작은 화려한데 끝이 없다. 도서관도 그렇고.
-내 시작에 당신이 해 준 건 뭔데. 당신은 인격적으로 날 비하한다. 기분 나빠. 있는 사실만, 그런 사실만 말해.
난 그를 인격적으로 비하한 적 없다. 그는 자격지심이 있나보다. 그는 계속 자신만의 일을 해왔고 나는 직장을 다닌다. 그는 가치가 중하다 여기고 나는 현실이 중하다 여긴다. 물론 애들 교육도 다른 관점이지만 그와 살다보으니 변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다르다. 서로의 부족분을 채워가며 잘 살아 왔지만 서로 다른 점이 많다. 그렇게 의견차가 나면 우린 지기 싫어한다. 우스운 얘기지만 20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하다. 서로에게 독설을 한다. 그가 던지는 말에도 비수가 있음을 본인은 모르겠지. 결국 나가는 그의 등 뒤에 궁시렁대고 말았다. 그도 방문을 닫기 전에 날 놀리고 말았다. 집이며, 집안일이며, 가족 사이며 우리는 서로를 하대하고 깔보고 말았다. 누구의 잘못이 먼저는 중요치 않다.누가 더 상처받기를 바라는냥 서로의 독설에 독기를 더할 뿐이었다.
부부가 이러면 가정이 어찌 되겠나?
오늘도 마음의 짐 하나를 들여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