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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사라지는 마법

아쉽다 생각 말고 쉬어가는 이유

by 말글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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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하루가 여유 있다고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게으름은 육체에 에너지를 주고 마음에 짐을 안겨줍니다.


금요일 컨설팅 업체 대표님과 점심 미팅 후 창원시 주민참여예산 컨설턴트 면접을 다녀왔습니다. 그 사이 '경남의 길' 원고 청탁이 있어 새로운 길을 아이들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추억의 길로 걸어보자.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그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저녁에 가 볼 곳은 많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좀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녁을 차려 먹고 소주 한 잔, 맥주 몇 잔을 아내와 마시고 스르르 잠들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이 그렇게 쏙 사라지더니 몸은 가뿐했습니다. 육체 피로보다 심리적 압박이 사십 중반을 넘어 가버린 현대 아버지의 어깨를 짓누르나 봅니다. 토요일 오후, 작은 아들은 야구반에 갔고 큰 아들과 오락실 가서 철권 한 판하고 야구 배트도 휘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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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장롱 위에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를 하다 옛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청소는 가끔 의외의 선물을 줍니다. 돌아가신 장인의 마음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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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네가 놀러 왔습니다. 초2 아들이 저희 집 아이들과 놀고 싶다고 떼를 쓴다고 했습니다. 4시쯤 친구와 아들이 왔고, 우린 동네에 사는 고향 후배 부부와 같이 아귀찜을 먹으러 갔습니다. 아이들 밥 먹이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회포를 풀었습니다. 후배는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어 몸이 아주 좋아졌습니다. 나도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진 늘 말을 하지만 잘 안 지켜요. 담배도 그래요.


아들 말에 찔렸습니다. 진짜 운동 좀 해야겠습니다. 웬만한 운동은 다 좋아하는데 요즘은 너무 게을러졌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취기가 오르자 친구 아내도 불렀습니다. 노래방도 갔습니다. 그동안 부르지 못한 노래에 심취했습니다. 노래방에서 2차를 마치자, 아내가 퇴근해 합류했습니다. 길거리 어묵으로 몸을 녹이고 3차 노래방을 또 갔습니다. 그동안 아쉬웠던 노래를 부르고 불렀습니다. 후배 부부는 12시가 넘어 먼저 귀가하고 친구 부부와 저희는 따뜻한 바닥이 좋은 노래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겼습니다.


일요일. 일어나니 피곤이 몰렸습니다. 라면 하나 끓여 먹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수리할 곳이 있다는 장모님의 얘기를 맘에 담아두고 낮잠을 길게, 길게 즐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사라지는 마법을 부렸습니다.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온통 젖은 겨울의 일요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일요일, 하루를 사라지게 만들고 나니 왠지 아쉽습니다. 저녁을 먹고, 큰 아들 영어 공부를 같이 시도했습니다. 중3이 되는 아들은 여전히 순수한 초등의 실력도 안되지만, 그리 급하진 않습니다. 제대로 공부의 재미를 주고 싶은데 맘처럼 될지 의문입니다. 이번 방학은 알차게 보내야겠습니다.


아내를 태우러 와 있습니다. 비가 내립니다. 2019년도 이리 지나갑니다. 2020년은 더 보람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https://youtu.be/pJaUWgOkz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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