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축구회 출범식

6명의 썬더볼트

by 말글손

제대 후 공을 제대로 차 보지 못했다. 저질 체력에 빠르지도 않기에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괜찮고 자신감이 없었다고 해도 괜찮다. 뭐 그냥 매번 나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동네에 사는 고향 후배가 전화를 했다. 아이들과 공을 차잖다.


일요일 오전, 두 아들과 후배, 후배 아들과 동네 형님 아들. 여섯 명이 양덕중 운동장에 모였다.

저질 체력은 금방 들통나고 추위에 눈도 시렸다. 다리는 후달렸다. 숨도 가쁘고. 아들 축구화를 신었지만, 축구화는 제 기능을 못했다. 애들은 달랐다. 신나게 뛰었다. 체력은 역시 아이들이 낫다. 십여분 달리고, 골대 하나의 양쪽 포스트를 골대 삼아 놀이를 하다, 족구로 마무리.


뜨끈핫 국밥 한 그릇으로 브런치를 해결했다. 2월부터 일요 조기축구하자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저질개발FC 출범을 했다. 이름은 다시 고민하자. 집에 와서 낮잠을 청했다. 아이들에게 평소 뭔가를 가르치려던 내 모습에서 후회가 밀려왔다. 방법은 스스로 찾아간다. 나는 내 모습을 보여 줄 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자고나니 집은 조용했다. 장모님이 식은 밥 먹기 싫다며 새 밥이 먹고 싶단다. 베란다 청소도 하잖다. 난 약속이 있어 나오기 바쁜데 삐짐이 삐질삐질 올랐다.

묵묵히 후다닥 처리하고 나왔다. 아직 자치 위원장이 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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