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얼마 전 산소에 애들과 다녀왔는데 곧 설이니 또 찾아뵙겠습니다.
저도 이젠 장년이 되어 막내가 벌써 6학년이 됩니다. 아버지께선 제가 4학년 때 떠나셨으니 그나마 잘 살아낸 듯합니다. 이 맘 때쯤 설날 세뱃돈을 받으려 열심히 새끼줄을 꼬던 기억이 납니다. 새끼줄 한 통 테에 오백 원. 어린 마음엔 아버지의 가르침이 서글펐으나, 이제야 보니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알 듯합니다. 겨우내 깐 새끼줄 5통 테. 아버진 고생했다며 3,000원을 세뱃돈으로 주셨죠. 겨울 방을 데울 나무도 하면서 농사일에 쓰일 소중한 새끼를 꼬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이젠 그런 기억조차 소중해집니다.
그때는 죄송합니다. 철없이 아버지께 서운함만 가졌던 어린 마음이. 이제는 고맙습니다. 제 삶의 소중한 노동의 가치를 전해주셨기에 이리 고마운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어머님이 아프십니다. 그리 총명하시던 어머니께서 기억을 조금씩 놓으시는 거 같아 저희도 아픕니다. 그래도 최근 기억만 깜빡하시니 아버지와 했던 기억은 다 가지고 계신 듯합니다. 아버지. 하늘에서도 이젠 꽤 어른이 되셨겠지요. 어머님 건강 챙겨주세요. 남은 가족 더 화목히 지내겠습니다. 또 글 올리겠습니다.
경자년 설을 맞아. 막내아들 진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