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없는 세상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래도 아닌 건 아닌거지
엄마, 배고파요.”
“벌써 배가 고프니?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3교대 근무로 바쁜 아내가 모처럼 쉬는 일요일, 작은 아들이 점심 숟가락을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간식타령에 들어갔다. 아이들 간식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아내는 부엌으로 갔다.
“뭐 먹을 게 있나? 없으면 시장에 가서 좀 사올까?”
“아뇨. 그냥 며칠 전에 장 본 게 있으니 한번 보죠.”
“그냥 애들하고 나가서 뭐 먹을까? 오랜만에 외식이나 한번 하자.”나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니 이른 외식을 제안했다.
“그냥 집에서 간식 좀 해주고, 있다가 우린 저녁 먹어요.” 썩 좋은 형편은 아니지만, 간만의 가족 외식도 참자고 제안하는 아내에게 못내 서운했다.
“엄마, 뭐 해 줄 거예요?”먹보 큰 아들도 신이 나서 거들었다.
“마파두부 해 먹을까?” 며칠 전 장에서 사 온 두부를 아내가 꺼내 들었다.
“마파두부? 그건 어떻게 해 먹어?” 두 아들은 신이 났다.
“두부를 살짝 튀겨서 내 맘대로 양념을 얹어 먹는 거지.”아내는 해맑게 웃었다.
“두부 오래 된 건데 괜찮을까?”나는 소심히 외식을 한 번 더 제안했다.
“음, 두부 괜찮네요. 당신도 맡아봐요.” 민감한 후각을 가진 내게도 두부는 괜찮았다.
“냉장고에 있었고, 냄새도 괜찮은데, 그냥 마파두부 먹어요.”
아내는 두부를 도마 위에 올리고 깍둑썰기를 했다. 기름에 튀기려면 일이 많다고 프라이팬에 살짝 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익혔다. 그리고 고추, 마늘등 갖은 양념으로 소스를 만들어 두부 위에 살짝 올렸다.
상 위에 오른 두부에 깨소금을 솔솔 뿌리자, 금방 맛있는 마파두부가 완성되었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 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요리를 맛보았다. 배가 고프다던 둘째 아들의 젓가락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였다.
“녀석아! 천천히 먹어. 평소에 밥도 이렇게 먹으면 좋겠네. 하하.”
“이런, 좀 천천히 먹어.”
먹보 큰 아들은 동생을 견제하며 열심히 젓가락을 놀렸다. 두 녀석의 볼은 행복으로 부풀어 올랐다.
아내와 나는 그렇게 웃으며 아이들이 간식 먹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었다.
오후 5시가 되면 저녁을 찾는 큰 아들이 조용했다. 중간에 간식을 배불리 먹어서 그러리라 생각했다. 평소엔 늘 시끄러운 개구쟁이 두 녀석이 그날따라 왠지 조용했다. 장난도 덜 치고, 가만히 누워서 텔레비전에만 눈을 고정시켰다.
“오늘따라 녀석들이 착하네.”
“배가 든든하니까 그렇겠죠.” 아내는 오랜만에 뽐낸 요리 실력에 흡족한 모양이었다. TV를 보던 작은 녀석이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화장실 입구에서 그만 구토를 하고 말았다. 큰 녀석도 배를 살살 만졌다.
“배가 아파요.”큰 아들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다.
작은 아들은 힘없이 축 늘어져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풀썩 누워버렸다. 갑자기 두부가 떠올랐다. 두 녀석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에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 아이들의 진료 차례가 돌아왔다.
“뭐 잘못 먹었습니까? 식중독입니다. 일단 수액을 맞고, 탈진을 예방하시죠.”
의사는 무뚝뚝하게 말하곤 자리를 떠났다.
“그러게. 아까 내가 두부 오래 됐다고 했잖아.”갑자기 화가나 애꿎은 아내를 탓했다.
“당신도 냄새 맡아보고 했잖아요. 괜찮다고 해 놓고는.”
“그래도 그냥 나가서 먹었으면 이런 일 없잖아.”괜히 무안해진 난 응급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랬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음식도 속을 살피지 않으면 쉬이 알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냉장고에 있다고 부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 겉으로 살펴 본 결과가 괜찮다고 쉽게 믿어버리는 어리석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어버리는 나의 자세가 잘못이었다. 건강한 몸에는 건강한 음식이 필요하듯, 우리 사회에도 건강한 인격들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삶이야말로, 부정부패 없는 건강한 사회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