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불금이 불금이 될 때

이런 날은 혼자 세상을 탐방하고 싶어 지곤 한다

by 말글손

훌륭한 아버진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열심히 한다고 했다.

내 인생도 열심히 살았고-청춘을 불태우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지만- 때때로 잘못도 저지르며 살았다.

모범은 못 되더라도 중간 정도는 하자고 살았다.

애들이 잘 자라주어 참 고마운 인생이다.


2020년 온 세상이 covid-19으로 떠들썩하고, 정치는 혼란을 겪고, 사회는 양분되었다.

그리고 한 해의 절반을 마무리하는 7월 31일. 불금이다.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남자 셋이 뜻을 함께 했으나, 일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오전에 약속이 취소되었다.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아내에게 전하지 않았다. 저녁에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여름의 시작을 해볼까 생각했다. 집에 갔다. 일이 일찍 끝났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자고 했지만 그냥 오늘은

가족과 한번 놀아볼까 내심 기대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는 집안일로 분주했다. 그리고 병원이 잠시 일이 있어 나가는 길에 약속이 취소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내도 쉬는 날이라고, 내가 약속 있다고 하니 다른 약속을 잡았다.

갑자기 허전했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가 들면 친구가 필요한가 보다 생각이 들었다.

친구야 많지만, 굳이 친구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 각자의 삶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

나야 친구들이 보자고 하면 늘 달려 나가지만, 모든 사람은 각자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 말이다.


갑자기 불금이 불금이 되었다. 불타는 금요일이 금요일이 아닌 금요일처럼 되었다. 매번 주말마다 일이 있어

주말의 여유를 즐기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나 보다. 내일은 쉬니 오늘은 진짜 불금을 보내고 싶었는데.

세상은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다. 아니, 사람의 일이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다.

갑자기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스친다. 늘 혼자, 늘 집에서, 늘 그렇게 불금을 보내는 엄마가 갑자기 보고 싶어 졌다.

엄마는 늘 그랬다. 자식들은 세상에서 재미나게 살아가는데 세상에서 늘 혼자 외로이 세상을 지켜내셨다.

어제 어머니를 뵙고 왔지만, 엄마는 내가 다녀간 사실을 그 사이 잊어버렸다.

내일도 시골에 가서 엄마를 보겠지만, 엄마는 또 그 사실을 잊으실 거다.

그래도 가야지. 두 아들 손 잡고 그래도 가야지. 8월의 첫날을 그렇게 다녀와야겠다.

오늘이 불금이 되었으면, 내일 시골에 갈 생각을 못했겠지

오늘이 불금이 되니 내일 시골 갈 생각을 하네. 나도 참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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