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깜빡 증상은 무언가 해야 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심해진다. 지난 토요일 집에 갔다 왔는데, 계속 무 심기 걱정이었다.
시기가 늦었다고 하소연이었다. 혼자 하실 엄두가 안 나니, 그럴만도 하다. 서른 번이 넘게 무 심기 걱정이길래, 담주에 와서 하겠노라고 억지 합의를 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시작된 전화. 하루 열번은 기본으로 전화기가 울렸다. 그래도 조용한 전화보단 울리는 전화가 반갑다.
수요일. 수업이 있어 모교로 향하는 길, 어머니와 짜장면 한 그릇하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 사이 무 심자는 말이 열 번이 넘었다. 거름을 내라. 비료를 내라. 경운기로 밭을 두드려라. 그리고 목요일. 전화가 스무번 넘게 온다. 금요일. 아침 여섯시부터 전화다.
석이가? 운제 시간이 되겠나? 무시 심을 때가 늦었는데. 배추 모종도 사 놨고. 문제는 매번 같은 말. 전화를 하시고, 잊고, 하시고, 잊고.
장모님이 주문해 놓은 고추가 스무 근 가량 자루에 있었다. 이걸 언제 다 하려고 이렇게 빻지도 않고 주문을 했나? 궁시렁궁시렁 그리며 고추 꼭지를 따다, 비가 올 것 같아 무작정 시골로 향했다. 오늘 나의 다른 일정은 모두 폐기 처분 되었다. 열 두시 도착. 꼬박 네 시간. 밭을 갈아 엎어야 되는데 기구가 없다. #경운기는 문제요. 결국 70-80년대 농기구를 손에 쥐었다. #쇠스랑과 #괭이로 밭을 쪼아 갈아엎었다. 넓지도 않은 저 땅뙤기가 왜 저리 야속한지. 이웃의 땅을 부치니, 가까워 다행이다. 괭이질을 하면서 운동 부족을 느낀다. 언제 다하나? 마음을 비우자. 끝을 보지 말자. 그냥 지금 한번의 괭이질, 한번의 쇠스랑질에 만족하자. 하다 보면 끝나겠지. 한번에 마음 하나 담자. 땀이 안경에 떨어져 흐린 시야지만 땀이 반가웠다. 갑자기 우리 #정치인이 떠올랐다. 국민 도민 시민을 위해 묵묵히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이는 얼마나 될까? 출마를 해 버릴까? 누구보다 진실하게는 하겠다. 나의 지금 연봉 외에는 다 기부하겠다. 선거 기간 당당하고 선출되연 시민께 굽신거리겠다. 등 이런 막연한 생각. 곧이어 #무념으로 땅을 쪼았다. 이어 #무상으로 이어지며 그저 무심히 한번 한번 하다보니 끝이 났다. 무씨를 뿌리고, #배추 심고 급히 올라왔다. 오늘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