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늦은 밤 퇴근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by 말글손

공기좋은 시골에서 엄마하고 아들하고 누워 텔레비전 속으로 빠져들때 아내의 카톡이 울리면 잘 다녀 왔냐고 수고했다고 안부를 주고 받다가 집에 오는 길에 낯선 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씩 웃더라는 글을 보니 마음이 싸 해져서 내일은 데리러 가마 말하고 하루가 그렇게 지나고 부부의 톡을 본 둘째 아들이 엄마 데리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함께 와 차에 앉아 아내를 기다리다.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고 느끼면

다 지나간 시간이 부질없이 짧고

리어카 끌고 밀던 그 추억의 조각

다 지나고 나면 아련해서 아쉬울 뿐.


기다림은 언제나 설레는데 연애시절의 그 감정보다는 우리 둘이 앉아 아들 둘을 보며 시원한 맥주 한잔을 기다리는 건지 살짝 미안해지고, 하루를 보지 못한 아내를 기다리는 건지 따뜻한 이불 속을 기다리는지 애매하게 헷갈리고 내일의 더 멋진 그 순간이 또 오련지 기다리는지 평생을 기다리다 설렘만 키워나간다.


배추에 비리가 붙기 시작하면 새까맣게 집을 짓는 애들을 보며 인간 군상의 욕심도 이와 다를 바 없건만 내일도 우린 그 달콤한 배추에 속살을 파고들며 덕지덕지 부대끼며 살겠지. 사회적농업이란 말이 인기를 끈다길래, 참 좋은데 참 난감한 사람들의 이기심에서 비롯한 이타심을 어찌 봐야할지도 헷갈리고, 하우스 재배도 농업이라 하지만 농업은 단순한 생산만이 아닌 자연과의 상생인데, 인간의 욕심이 만든 농법에 불과하단 생각과, 채식주의자 중에는 환경을 살리자고 채식을 한다는 이도 있다는데 수입산 채소 과일이 넘치니 그 이동의 소비는 어찌 할 건지 하면서도.


세상은 급박하게 변하는데 따라가는 것 조차 힘든 이도 많은데, 이 변화를 이끌고 주도하는 이도 많다는 사실에 놀랍고, 그 사이 나는 어찌해야 하는지도 혼란스럽고, 아버지가 되고나면 자식에게 뭔갈 남겨둬야 하는데 그게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복잡한 혼돈에 빠지기도 하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늣 부드러운 성우의 목소리에 변하지 않는 가치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걸 다시 깨닫고, 순간순간 떠 오르는 세상을 향한 삐딱한 생각에 나는 얼마나 잘 헤쳐 나가는지 나에게조차 삐딱하고, 저녁에 아들이 먹던 포키칩을 맛나게 먹는 법을 영상으로 찍으며 참 잘 비틀었다는 자기 만족에 실 쪼개고 만다.


보안 직원이 와서 비상등을 켜고 기다리란 말에 네~하고 말하는 착한 나를 보면 나만 그럴까 싶으며. 겨울 나무에 반짝반짝 예쁜 등을 칭칭 감아논 걸 보면 나만 불편한가 싶으면서도, 인간이 자연을 보호할 깜냥이나 되는가 싶어 감히 자연보호니, 환경보호니 그딴 말을 지끌였던 내가 부끄럽고, 사람이 사람이나마 잘 보호해주는 것도 참 다행인 세상이 아닌가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그 사이 아내에게 톡을 보내니 환복 중이니 이제 집에 갈 때가 다가오고, 뒷좌석에서 노래를 열심히 불러대는 아들도 이제 지루해지는가 싶으니, 그만 두드려야겠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시고 한 주 따시게 시작하세요. 춥데요. 춥다니 촌에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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