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레 일이 쏟아진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일어나자마자 컴퓨터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 사이 쉼 없이 울리는 문자, 카톡, 전화에 혼이 왔다갔다 한다. 두뇌 회로가 멈춘 듯 할때면 회의에 가야하거나 강의를 위해 운전대를 잡는다. 운전대를 잡으면 온전한 내 시간이다. 거리의 풍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젖기도 하고 나는 무엇을 하고 사나 돌아본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르면 녹음을 한다. 신호가 있는 도시는 나름대로 좋고 한적한 국도도 나름대로 매력있다.
한 며칠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정신이 없다가도 가끔 만나는 사람이 반가워 수다쟁이가 된다. 그런데 아내와는 수다가 되지 않는다. 괜히 내 입장을 봐 달라고 그런가 보다. 두 아들 공부도 조금 봐줘야하는데 매번 시간이 어긋난다. 아버지로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봐도 별반 뾰족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식된 도리도 다 하는 것도 아니고. 산다는 건 참 허무하기도 하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우리 사는 세상이 조금 나아지면 좋겠다 싶어 꾸역꾸역 다니고는 있는데 늘 기대 이하다. 마음을 비워야겠다.
오늘은 오랜만에 원고지8.5매 칼럼을 완성했다. 근 한달을. 고민하다 아침에 후딱 쓰고 말았다. 새로운 일이 많이 들어오는데 도전은 새로운 준비로 시작된다. 준비가 좋아도 과정과 결과가 좋지 않기도 하지만 그건 나중에 스스로 돌아보면 될 일. 나가자. 가다보면 길의 끝, 어느. 길의 끝에 닿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