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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Jul 01. 2022

불안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

전화가 울렸다. 자려고 누운 그녀는 살짝 짜증을 내며 어색한 듯 전화를 받았다.


이제 연락하지 말랬지?

그냥 전 괜찮은가 해서.

나 신경쓰지 말고 전화하지마.


낯선 음성과 어색한 말투에 그는 전화 음성에 온몸이 삐죽거렸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한숨을 쉬어내곤 다시 말을 이었다.


난 괜찮으니까 앞으로 전화하지마.

어떻게 사람이 연락을 안해요?


그는 아무 말없이 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연락하지마. 알았지?

네.


그리곤 그녀는 전화를 먼저 끊어버렸다. 평소라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말을 주고 받는지를 처음부터 차단해버리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기분이겠지만 말이다. 그는 그녀에게 이렇게 다짐을 받았다.


또 전화가 오고 연락이 올거야. 그땐 먼저 화내지 말고 명확하게 이유를 말해주길 바래. 네게 어떤 일이 있다고 생각해서 또 연락하고 어쩌면 문제가 생겨 당신이 어려움에 처하는 걸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 안의 불안을 잠재우고 싶어서 끊임없이 스스로 확인하게 되니까.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싫고 이런 상황도 너무 싫은데.


그는  불안해하는 자신을 알고는 나름의 방법을 겨우겨우 찾아가고 있었다. 별 문제는 없을 거라며 자신을 달래다 불쑥  스치는 의문은 의심으로 변하고 재차 확인을 하려 들었다. 그럴수록 더 비창해지고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알면서도.


아니지. 아닐거야. 그냥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겠지. 


 지나면 아무 일도 아닌데 괜히 문제를 만든다 싶다가고 또 다른 일이 벌어지는 건 스스로를 실망시키기에 지금부터라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지도 몰랐다. 또 한번 그 동안 서로에게 소원했던 관계가 정립이 되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는 그녀를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그 동안은 삶이라는 현실에서 서운한 점을 찾으며 자신의 감정보다 자신의 현실에 더 얽매여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일상의 투덜거림을 후회했다. 그녀가 새로운 뭔가에, 또 다른 이상에 재미를 찾고 그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푹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너무 강렬한 믿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말도 안되는 믿음 말이다. 관계의 불안은 쌍방이란 사실을 다시 새겼다. 그는 자기가 먼저 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는 하늘을 보며 씨익 웃었다. 마음의 불안이, 생각의 의심이 스치면 있는 그대로 말하겠다고. 그리고 일어나는 불안은 어쩔 수 없지만 받아들이되 지진 않겠다고. 다시 웃음을 찾아 불안 따위는 그때그때 잠재워주겠다고. 없애진 못하지만 더 확실한 행복을 찾겠다고. 헤세가 말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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