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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Aug 17. 2022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줄 몰랐다

시간에 쫓기고 그럼에도  돈에 쫓기고 

  엄청난 갑부로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 학창 시절 꿈이 서른에 300억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다니며 영업도 했다. 살다 보니 그런 게 아니란 사실을 너무 쉽게 깨달았다. 20대에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삶에 어느 정도 눈치를 긁을 수 있었다.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어찌 살아야 하는지 알았다. 그 이후론 결코 엄청난 갑부를 꿈꾸지도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행복한 삶, 지금에 만족하면서 그렇게 돈 때문에 힘들지 않기를 바랄 정도였다. 

  반 백 살 정도 살고 나니 이제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나와 가족을 보살피면서, 이웃과 지역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어떨까 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그렇게 살 다보니 참 마음이 편하다. 이래저래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흔쾌히 그 정도야 뭐, 하면서 쉬이 들어준다.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있다고 하면 생각을 모아주고, 몸으로 때울 일이 있으면 몸으로 때우곤 했다. 그렇게 하다보미 여기저기서 일을 같이 하자면서 손을 뻗는다. 거절하지 못해서일까? 누가 부르면 쪼르르 달려가는 나 자신이 참 못나 보이기도 하고, 참 괜찮아 보이기도 하는 이중적 잣대로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집에서는 늘 바쁜 남편과 아버지와 자식이 되어버렸다. 

  누가 내게 묻는다. "너는 무슨 일 하냐?" 하면 자연스레 나오는 답은 늘 이렇다. 다방, 잡일, 뭐 닥치는 대로. 그래서 저는 "말글손 모든문제연구소를 합니다."라도 대충 둘러대고 만다. 나 역시도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삶이 좋기도 하고, 참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놓치고 사는 것 같기도 해서 아쉽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스치고 휘몰아친다. 하루가 지나고 방바닥에 누워 오늘을 뭘 했나? 내일은 뭘 하나? 한 주는 어찌 돌아가나? 정리하다 보면 참 이런저런 온갖 일에 다 얽히고설켜 있구나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름 제 모습을 갖추고, 나름 욕은 듣지 않고 사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시간에 쫓겨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가끔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면 허허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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