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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Aug 31. 2022

우리동네 시화전에 내는 지난 작품과 오늘 작품

늦은 편지

      장진석

늦은 편지를 받았다

생일이 지나 아들이 선물이라며 건넸다

늦은 편지다 

그 자리에서 읽어보고 싶었지만

아들의 선물을 조금 더 깊이 간직하고 싶었다

이렇게 선물에 답했다

다음에 힘들 때가 있을 때 

그렇다고 지금 힘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눈물이 나려할 때

그때 읽을게     

기역

   권영미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더니

엄마의 등이 

기역자가 되었는지도 몰랐습니다                        

엄마라는 여자

           말글손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겠지요

백옥같은 얼굴은 햇살에 그늘지고

꽃다운 미소는 주름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검은 머리칼은 어느새 백발이 되고

흘러내린 비녀는 어느새 고이 잠들었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그렇지 않았겠지요

칼 같던 치아는 틀니에 자리를 내어주고 

우렁찬 목소리는 힘없이 수그러들고 말았습니다

청춘의 푸른 꿈은 어느새 자식 걱정이 되고

네 발로 기어도 몇 발짝도 힘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엄마가 되었고, 엄마가 되고, 엄마로 남았습니다.     

IC

     장정훈     

IC 잘못 들어왔다

IC 우찌 나가야지

IC 길을 모르겠다     

아빠는 자꾸만 IC만 찾는다

처음 가보는 길 한번 가봐도 좋겠는데.           

걱정은 발이 달렸다

        조무선

어렵고 힘든 일을 엄마에게 말하면

걱정은 어느새 엄마의 걱정이 되어버렸다

엄마는 그렇게 내 걱정을 덜어주었다

애써 모른 체 엄마의 걱정이려니 하고 살았다

엄마의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자 

그때야 알았다

걱정은 발이 달렸다 

걱정이 다시 내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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