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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손 Mar 06. 2023

빨래를 개다가 행운을 잡다

인생은 역시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나 봅니다

별 일은 없지만,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주섬주섬. 고3 아들과 중3 아들은 학교 갈 채비를 마쳤고, 유치원 선생님인 조카는 후다닥 챙겨 나가기 바쁩니다. 야간 출근을 해야 하는 아내는 아이들을 챙겨 보내고, 어르신 놀이터로 떠나시는 노모를 챙깁니다. 3교대 근무를 하는 아내와 20년을 이렇게 저렇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월요일인데, 3월인데......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지난겨울부터 한가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가하기에 좋은 점도 너무 많고, 한가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생도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한가하다는 이 상황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주민자치회장으로, 몇몇 위원회 활동으로, 기획자로, 강사로, 그리고 나름 작가로 일을 하고 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옛말을 비켜가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학교표준화 심리검사를 하고 있기에 오늘은 창원의 모 초등학교에 학교심리검사지(학습검사와 성격검사)를 전해드리러 조금 일찍 학교로 향했습니다. 그 사이 선생님께서 컴퓨터용 사인펜을 말씀하셔서 문구점에 들러 구입을 했습니다. 잠시 여유를 부리느라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오랫동안 함께 경제교육을 한 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근처에 있으면 차 한 잔 했으면 했지요. 전화를 받지 않아, 다시 학교로 출발. 선생님께 검사지를 전해드리고, 이런저런 짧은 대화를 마치니 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근처 카페에서 삶의 목적과 삶의 방식에 대하여 마구잡이 수다를 떨었습니다. 남자 둘이 아침 시간에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는 참 오랜만입니다. 삶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며, 갑자기 쏟아지며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아 결국은 심신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며 서로를 달래고 헤어졌습니다. 


괜찮아. 그냥 괜찮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실타래를 풀어가면 어느 순간에는 술술 풀리지 않던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매년 저희 인싸이트 심리검사를 주문하는 학교에서 전화가 옵니다. 어? 그런데 담당 선생님이 바뀌셨나 봅니다. 남자 선생님이 전화가 왔어요. 아. 그래도 그동안 성실히 잘해드렸으니 기억해주시는구나 싶습니다. 더 성심껏 해야겠습니다 하고 다짐을 했습니다. 집에 오니 아내는 집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정돈된 집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아침 겸 점심을 먹었습니다. 어제 담아둔 멍게양념장이 맛이 어떤가 보니,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합니다. 꿀 한 숟갈, 사과 반 개를 넣어 너무 달면 어쩌나, 간이 맞이 않으며 어쩌나 살짝 걱정이었는데 말이죠. 음식은 조리 과정에서는 맛을 보지 않습니다. 상 위에 차려두고 먹으면서 맛을 보고, 간을 봅니다. 


음, 다음에는 이렇게 저렇게 조율을 다시 해야겠군, 아니면 이렇게 해 먹으니 맛이 나는군. 등등 혼잣말을 하면서 말이죠. 역시 눈대중이란 말이 참 좋게 여겨집니다.


밥을 먹고, 집수리가 필요해 창문 크기를 재고 나니 갑자기 할 일이 없습니다. 아내가 빨래를 같이 널자고 합니다. 마른빨래를 걷고, 젖은 빨래는 널었습니다. 이제 다시 할 일이 없습니다. 음...... 이발이라도 하러 갈까? 아니면 산에 산책이라도 나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걷은 빨래를 개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정리를 해두면 좋을 듯싶었습니다. 한참 빨래를 개는데 전화가 옵니다. 


감사합니다. 장진석입니다. 네. 여기는 **초등학교인데요. 아, 네, 선생님. 반갑습니다.


작년에도 학교표준화심리검사를 주문하신 학교에서 이번엔 담당 선생님께서 바뀌셨다며 전화가 오셨어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래. 역시 사람은 할 일을 해야 해. 빨래를 개는 일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지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니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하면서 혼자 속으로 신이 났습니다.


잡다한 일은 없지만, 일의 우선순위는 있는 듯해요. 삶의 방향에 맞는. 하지만 삶의 방향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에 이런 일도 열심히 해야 하고, 저런 일도 열심히 해야 하지요. 그래서 늘 우리는 선택의 길목에서 고민을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에 짧은 일기를 쓸 수 있는 지금이 참 고마운 시간입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의 봄기운이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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