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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an 06. 2021

귀신통 납시오~

달성 사문진나루터와 화원동산

한국에서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온 곳으로 알려진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나루터.
작년 가을 이곳을 다녀온 이웃의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가봐야겠다고 찜을 해두었는데, 12월 중순쯤 KBS에서 하는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곳이 또 소개되었다. 그러니 안 가볼 수가 있나?
2020년을 넘기기 전 마지막 주말에 찾은 곳이 바로 사문진나루터이다.

사문진(沙門津)은 현재의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와 경상북도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를 연결하는 나루터였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남쪽에 위치하여 낙동강 물류의 요충지이자 대구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수행하였으며, 조선 시대에는 한때 이곳에서 일본 상인과의 무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1446년(세종 28)부터 성종 대까지 40년간은 무역 창고인 화원창(花園倉)으로 활용되었으며, 1472년(성종 3)에 대일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한 왜물고(倭物庫)가 설립된 지역이다.

또한 1900년(고종 37) 미국 선교사 사이드보텀[Richard H. Sidebotham, 한국명: 사보담]에 의해 피아노가 한국 최초로 이곳을 통해 대구로 운송되었으며, 1932년에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감독 이규환의 「임자 없는 나룻배」가 촬영된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는 1928년에 일제에 의해 화원 유원지로 조성되어 일제강점기 말까지 번창하였고, 8·15 광복 후에도 부산 구포에서 경상북도 안동 사이를 오르내리는 낙동강 뱃길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관리 부재로 한동안 쇠락하다가 1979년에 (주)금복주가 이 일대에 화원 동산을 조성하여 유원지로 관리하다 1993년에 대구직할시에 기부했고, 이후 달성군이 사문진 일원 개발에 주력함으로써 새롭게 낙동강의 관광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2015년 1월 1일자로 관리권이 대구광역시에서 달성군으로 이관되었다.

사문진나루터는 1900년 3월 26일에 대구 지역 교회로 부임한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보텀 부부가 한국 최초로 피아노를 들여온 역사적인 장소이다. 피아노는 이곳 사문진나루터에 내려져 짐꾼 20여 명이 사흘에 걸쳐 대구 종로(현재의 약전 골목 부근)에 있는 선교사 자택으로 옮겼다. 당시 피아노를 옮기던 짐꾼들이 빈 나무통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매우 신기하게 여겨 통 안에서 귀신이 내는 소리라 하여 '귀신통'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달성군에서는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기 위하여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100대 피아노 콘서트'를 매년 10월 개최하고 있으며, 2013년 9월에는 뮤지컬 「귀신통 납시오」를 제작 공연하였다. 역사 공원에는 이빨이 피아노건반인 피아노 장승도 세워져 있다.

달성군은 버려져 있던 낙동강 옛 사문진나루터 자리에 한옥 형태의 전통 주막 3채를 지어 '사문진 주막촌'을 복원하였다. 전통을 살린 주막촌의 복원은 경상북도 예천군 삼강 주막촌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라고 한다. 삼강 주막촌은 좀 쓸쓸한 편이었는데, 이곳은 대구 시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코로나시기임에도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대전 근교 대청댐 물문화관 주변과 로하스 광장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사문진 주막촌의 중심에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어 옛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 이곳에 눈이 내린 풍경은 참으로 운치가 있다.

사문진나루터는 나루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람선도 운행중이었다. 달성군이 주막촌을 조성한 이후 1년여 만에 나루터~강정보~옥포 신당리~나루터를 순항하는 유람선을 취항시켰는데, 이로써 사문진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새로운 관광 산업의 모델로 떠오르게 됐단다. 주막촌, 나룻배, 유람선, 쾌속선이 어우러진 낙동강 최고의 명품 관광지로 부상한 것이다. 또한 사문진의 빛나는 역사와 문화는 「달성 아리랑」, 「사문진 연가」, 「사문진 나루」 등 가요로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문진나루터와 주막촌 위에 위치한 화원동산도 함께 둘러보면 볼거리가 많다. 화원 동산은 전체를 5개 테마로 나누어 화원 동산 입구와 주차장 주변에는 군 상징물과 관광지 캐릭터, 사문진 주막촌과 화원 동산 진입로에는 피아노와 문화 콘텐츠, 야생화 단지 가는 길에는 야생화 테마, 동물원 주변에는 동물 테마, 전망대 앞과 강변에는 창작 미술 테마 등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테마 벤치를 조성하여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화원 동산 키즈 카페를 개장하였고, 친환경 전기차와 더불어 여름에는 수영장을 개장하고, 그 외 기간에는 미니 랜드를 조성하여 사계절 내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여 모든 연령층이 즐겁게 이용하는 장소이다. 그래서인지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 손주 손녀 손을 잡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 초등생 아이들과 함께 산길을 오르거나 키즈카페 부근에서 놀이를 하는 가족 등이 많이 보였다.

달성군 화원읍 성산리에 위치한 화원 동산은 화원 토성 위에 조성되었다. 이 때문에 화원 동산 안에는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토성과 상화대[賞花土臺], 성산리 고분 떼가 곳곳에 남아 있다. (모두 신라 시대 호족들의 무덤이며 현재 4기만 있다) 상화대는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 병으로 수양 중인 세자 문병을 위해 왕래할 때에 이곳에 행궁을 두어 절경을 즐기던 곳이라 전해진다.

화원 동산은 특히 꽃이 많은 아름다운 꽃동산이므로 예로부터 상화대 주변의 절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많은 호걸과 시인들이 이곳에 머물며 시를 짓고 풍악을 즐겼으며, '상화대 십경'이라고 불리는 시들을 남겼다고 한다. 화원 동산에는 안동댐 건설 시 도산 서원 주변에서 옮겨 온 정자인 화원정과 송사정이 자리 잡고 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한 화원정에서 보는 풍경도 멋지지만, 봄에 송사정 주변에 벚꽃이 필 때면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고 한다.

전망대 올라 가는 길 중간쯤에 6·25 전쟁 당시 낙동강을 건너온 북한군에 의해 대구가 함락될 위기에 처하자 당시 화원의 유지들이 부대의 승전과 무운을 염원하며 1951년 4월에 건립하였다는 '필승 기원비'가 있으며, 그 아래로 분수대와 동물원, 자연 학습원이 조성되어 있다.

화원 동산의 서북쪽으로 흐르는 낙동강 강물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포플러 나무의 짙은 그늘과 모감주나무 군락, 해질 무렵의 낙조는 대구 일원에서 손꼽히는 절경이다.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자리인 전망대를 지나 강변으로 향하면 낙동강과 금호강 두 물줄기가 만나는 곳도 나온다. 달성군이 '사진 찍기 좋은 경관 명소'로 정한 곳이다. 이곳은 사문진나루터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며, 아메리카대륙 모양의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인 달성 습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시간상 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사문진나루터의 아름다운 일몰은 볼 수 없었지만, 아메리카 대륙 모양의 습지 구경은 즐겁게 했다. 또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피아노계단이 있어서 피아노 소리 나는 계단을 밟으며, '자전거'나 '반짝반짝 작은 별'을 따라 불러보는 것도 재밌었다. 어른인 우리도 이렇게 재밌는데,아이들은 얼마나 신나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개는 소리가 안 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야외에 설치된 피아노 계단 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키즈카페 앞으로 난 길을 따라 강쪽으로 내려가면 낙동강변을 걸을 수 있는 생태탐방길이 조성되어 있으니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사문진나루터와 달성습지, 화원정 아래의 절벽 등을 감상하는 것도 추천한다.


* 위의 내용은 '향토문화전자대전'을 참고해서 썼습니다.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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