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보기를 즐기는 편이다. 좋은 전시가 있으면 메모해뒀다 가고, 미술관과 박물관도 정기적으로 들르곤 한다.(12년전 오늘도 서울 시립미술관의 퐁피두전과 한국구상화가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렘브란트전, 경인미술관의 신동권 화백 전시를 가보려고 전시안내소식을 블로그에 올린 기록이 과거의 오늘로 뜬다) 어딘가 처음 가본 건물에 걸린 그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가와 작품명을 꼭 살피는 버릇이 있다. 한때는 미술품소장에 빠져서 그림을 사모으다 남편과 이혼할 뻔도 했다.ㅜㅜ 미술이나 화가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소장하는 것도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 있는 책장들엔 그런 책들이 가득하다. 책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그림보다는 싸서 그나마 책 사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중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세상을 점령하고부터 전시관이나 미술관 박물관 들이 문을 열지 않는 날들이 많아지며 이런 호사를 누릴 일도 없어졌다. 어디를 가나 '코로나로 인한 휴관'이란 표지가 붙어있기 일쑤여서 그런 곳은 아예 가볼 생각을 않게 되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서 예약제로 미리 관람신청을 하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속속 예약이 마감되는 사태를 보며 그런 바지런을 떨 여유가 없었는데... 새해 첫 날, 남편이 어디를 갈까 하다가 날도 춥고 눈도 많이 오고 해서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오랫만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1월 1일은 휴관일이어서 다음 날인 1월 2일에 찾았다. 예약은 홈피에서 오전 10시 부터 두 시간 단위로 60명씩 받고 있었다. 우리는 12시에 예약을 했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11시 40분쯤 들어갔는데도 예약명부를 확인한 뒤 바로 입장하게 해주었다. 관람객들이 많지 않으니 충분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은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덕2동 상당로 314에 위치한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으로 과천, 덕수궁, 서울에 이어 네 번째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이다. 청주시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하여 연면적 19,855㎡, 지상 5층 규모 건물로 2018년 12월 27일 개관했다. 막 개관한 무렵 온 가족이 함께 가서 보고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내 기억에 따르면 세 번째인데 남편은 두 번째라고 함) 1층 로비와 외벽에서는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 : 회색 숨'이 전시중이다.(~2021.11.14) 지금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은 각 관의 환경적 특성을 살린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해왔는데, 청주는 넓은 야외공간을 활용해 한국 신, 중진 작가가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권민호 : 회색숨'은 건축 도면에 연필이나 목탄으로 그리고, 디지털 사진을 콜라주하여 한국 근현대사 풍경 중 특히 산업화 시기에 관심을 두고 공장, 기계, 거리의 간판 등 시대 상징물을 중첩하여 치밀하게 그려내는 권민호 작가의 신작이다. 설계 도면에서 실제 건물 외벽으로, 3D 증강현실로 확장된 '회색 숨'은 실크스크린, 설치, AR 콘텐츠 등 다양한 매체로 제작된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체험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 청주 연초제조창을 기억하고,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연결 통로가 되어준다.
1층 개방수장고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주로 조각으로 분류된 입체 유형의 작품 170점이 보관 전시되어 있다. 또한 개방수장고 안쪽에 있는 2수장고에서는 400여점의 공예 소장품들을 볼 수 있다. 개관 당시 2수장고는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는 수장형 미술관이라서 미술관의 소장품을 보관하는 비밀스러운 공간인 수장고를 관람객이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개방 수장고는 그 특성상 기획된 전시와는 달리 특정한 주제와 의도를 갖지 않고 작품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작품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인 만큼 전시 혹은 보존처리를 위한 일부 이동 이외에 변화가 크거나 빈번하지 않은 공간이다. 그러다보니 개관 이후 쭉 같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가 2020년 12월 3일 개관 이후 첫 번째로 개편이 이루어졌다. 이번 개편에서는 새로운 각도로 공간과 작품을 볼 수 있도록 조각이라는 매체가 가진 물성을 강조하여 수장고 속 작품들을 재분류 및 재배치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전에 왔을 때 봐서 눈에 익은 작품들이 많았다. 조각은 깎거나 붙여 형상을 만들어내는 오래된 예술 표현 방식으로, 삼차원의 공간 속에 구현된다. 회화나 사진 등 평면 매체와 달리 견고한 양감을 전달하며 상대적으로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 강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전통적인 조각 작품이 주로 나무, 돌, 흙과 같은 자연적인 재료로 제작되었다면, 현대의 조각은 산업사회의 부산물인 철, 플라스틱, 일상 오브제 등 매체 자체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되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는 소장품을 통해 조각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연대별, 재료별로 분류했다고 한다. 개방 수장고는 작품을 보존 보관하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관람객이 직접 작품과 보존 환경을 관람하는 전시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2019년 공예 소장품 400여 점을 이관하여 2019년 10월 8일부터 공개해오고 있다. 공예는 전통적으로 우리 생활에 유용한 미적 사물들을 가리켜왔다. 소위 장인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아름답게 만들어 낸 실생활에 유용한 각종 기물들이었던 것이다.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우리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공예는 산업화와 각종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역할과 범위를 더욱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공예는 재료에 따라 도자공예, 목공예, 금속공예, 유리공예, 섬유공예 등으로 나뉘는데 그 재료와 제작방식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각자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어 하나로 묶어내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그 다양성으로 인해 더욱 밀접하게 우리 생활과 연결되어 있으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이번 공예 소장품의 공개는 그간 수집해 소중하게 보관해 온 작품들을 최대한 다양하게 공개함으로써 공예의 다양성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 타 장르에 비해 비교적 자주 소개되지 않았던 공예 작품을 한꺼번에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도자, 나무, 금속, 유리, 섬유 등 다양한 재료와 형태의 공예 소장품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며 공예를 더욱 친근하고 즐겁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수장고의 모습을 실제 사용하는 공간과 가장 가깝게 재현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보관과 전시라는 다소 이질적 특성을 담고 있는 공예와 미술품수장센터의 연결성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전통과 현대의 조화, 쓰임의 역할과 아름다운 조형성의 추구 등 더욱 확장된 동시대 공예의 모습을 발견하고, 공예의 흐름,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공예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억에 특별히 남는 작품은 일할 때 주로 쓰는 목장갑을 이용해 만든 공예품이었다. 나는 주로 목장갑을 텃밭에서 일할 때 쓰는 편인데, 노동현장의 필수품인 목장갑이 이렇게 독특한 예술품으로 태어날 수 있다니~!!!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 * 각 층별로 소개할 내용들이 많아서 이번 전시관람기는 총 3부로 나눠서 쓰려 합니다. 2부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