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나게 해줄 수 있는 난방기술의 발달로 20년만의 혹한 속에서도 우리는 추위를 이겨내며 따뜻이 지낼 수 있다. 그런데 난방기술이 아님에도 우리를 따스하게 해주는 첨단기술이 있다.
1월 9일 MBC 뉴스데스크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뉴스가 나왔다.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뜻밖의 재회']라는 제목으로. 한 일본 여성이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해 할 일이 없게 되자, 위성 지도 프로그램으로 고향집을 찾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뜻밖의 소중한 장면을 찾았다. 고향집 근처 골목 골목을 돌아보며 추억에 잠겼던 여성은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고향집 대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어머니. 아버지가 집 앞에서 외출했던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여성은 "과묵하지만 자상한 아버지였다"며 "업체가 사진을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담아 자신의 sns에 두 장의 사진을 올렸고, 이에 여기 저기서 "나도 소중한 가족을 찾았다"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건강했던 생전 할머니를 발견했다"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람, "수험생이라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못 봤는데 이렇게라도 건강했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쁘다"는 사람. "돌아가실 때까지 혼자서 쓸쓸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걷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고 울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소중한 가족들의 흔적만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 할아버지 대신 할아버지의 차만 발견하거나, 할머니 대신 "더운 날 개집에 우산을 씌워놓던 할머니의 다정함"을 발견한 사람. 몇 년 전 위성 지도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찾았다는 사람은, 이제는 지도에서 사라진 아버지의 모습을 아쉬워하며 전에 찍어둔 아버지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전에도 위성 지도 프로그램 '구글어스'로 어릴 때 가족과 헤어졌던 인도 남성이 25년 만에 가족을 찾은 일이 있었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 '라이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길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지도가 사람들의 추억까지 찾아주고 있다"는 앵커의 마지막 말이 마음 속 깊이 들어왔다. 이 뉴스를 보고 나서, 혹시 우리 고향집에는 어떤 풍경이 담겨있을지 궁금해 카카오맵을 띄우고 집주소를 쳤다. 그랬더니 2019년 2월의 집 풍경이 보였다. 집에 부모님의 모습은 안 보이고, 개집 앞에서 집을 지키는 흰둥이의 모습만 보였다. 찍힌 날짜를 정확히 모르니 잘은 모르겠지만, 장날이라 집을 비우시고 어딘가를 가셨을지도 모르고, 날이 추워서 문 꼭 닫고 집안에 계셨을지도 모르겠다. 새해 들어 눈이 계속 내리며 집앞 풍경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을 아빠가 사진으로 찍으셔서 가족단톡방에 올려주시곤 하는데, 아빠의 사진으로는 볼 수 없던 고향집 주변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어떤 기술은 잊혀진 기억을 소환시킨다. 위성 지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전 세계, 원하는 곳의 구석구석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세상에 나온 구글 어스, 이후에 나온 스트리트뷰, 그로부터 불과 3, 4년 만에 한국의 포털사이트들이 내놓은 로드뷰 서비스는 단순히 길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기억을 소환시키는 대표적인 테크놀로지가 되었다. 마냥 차갑게만 느껴지는 기술의 따스한 일면이다. 이처럼 세상을 따스하게 이어주는 기술이 코로나로 거리를 두어야 하는 현실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