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낯설고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하지 않게 돼." (남현동 사시던 선생님과의 술자리에서 박작가가 들은 말)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 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 드세요." (어느 모임의 저녁 자리에서 만난 연세가 지긋하신 분의 말) 충격이었다. 자신의 과거를 후회로 채워둔 사람과 무엇을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간에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냈던 사람의 말은 이렇게 달랐다. 될 수 있다면 난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 되고 싶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한때는 나도 내가 나이 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질풍노도의 시기, 방황의 시기를 지나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나이 든 내가 좋았다.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누군가 나에게 20대로 돌아가길 원하냐고 물어보면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 게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오십을 목전에 둔 나이에 접어들고 보니, 20대는 아니더라도 30대로 아니 40대 초반으로만이라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서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설정이나 평행우주의 다른 곳에 가서 또 다른 나의 삶을 사는 내용에 눈길이 자주 가는 모양이다. 어느 노년의 어르신이 하신 말씀처럼 이루었든 이루지 못했든 어느 한 시절 후회 없이 살아낸 사람으로서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지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게 만들고 싶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 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