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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Feb 21. 2021

군위에도 석굴암이 있다네요

경북 군위여행 3

군위 석굴암은 경북 군위 남산동 양산(陽山)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연 동굴을 이용하여 입구와 내부 벽면을 약간 확장·가공한 뒤, 그 안에 아미타여래삼존불을 안치한 군위 석굴암은 경주 석굴암보다 1세기 정도 앞서 만들어진 석굴사원으로, 이후 전개되는 신라 석불 및 석굴사원의 계보 연구에 중요한 맥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에선 '팔공산 석굴암'(제2석굴암)으로 불리는 이곳은 1500여년 전인 신라 제19대 눌지왕 때 마도화상이 절을 짓고 수도전법하던 곳이다. 그후 원효대사가 절벽동굴에 삼존불을 조성 봉안하였다. 석굴의 입구는 둥글고 내부도 네모진 편인데, 이 석굴 속에 별도로 조각한 삼존석불을 옮겨와서 안치하였다.

본존은 크고 넓은 사각대좌 아래로 옷자락을 길게 드리운 상현좌에 가부좌하였고 그 좌우 뒤쪽으로 몸을 살짝 튼 협시보살이 서 있다. 본존불에 보이는 묵중한 신체표현과 몸에 비해 과장된 머리, 몸의 굴곡이 드러나지 않은 채 옷 주름으로 덮혀 있는 네모진 다리 형태 등, 비교적 단순화된 조형감각은 중국의 수(隋) 양식을 반영한 삼국 말기의 전통을 이은 것이라고 한다.

반면 협시보살상은 옆면과 뒷면도 조각하였고 길쭉한 몸매에 걸맞게 신체 각 부분의 비례가 적절하며, 또 한쪽 다리에 힘을 빼고 목과 허리를 가볍게 튼 삼곡자세에서 새로운 조형미를 보여준다. 좌협시의 보관에는 화불(化佛)이, 우협시의 보관에는 정병(淨甁)이 새겨져 있어, 이 삼존불은 관음(觀音)과 세지(勢至)보살이 협시하는 아미타삼존불(阿彌陀三尊佛)로 확인된다

옛날에는 석굴암을 비롯해 이 고을에 8만9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오고 있으나 임진왜란 당시 거의 소실되고 세월속에 묻혀오던 중 1927년경 한밤마을 최두환씨에 의해 삼존석굴이 발견되었고, 1962년 정부로부터 국보 제109호로 지정되었다. 현존하는 사찰 건물은 1985년 12월 조계종 법등스님이 제 3대 주지로 부임하여 10년간 중창 대작불사를 발원하여 도량을 일신한 결과물이다.

삼존석굴 앞의 모전석탑도 눈여겨볼 만하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241호인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1층 기단 위에 1층의 탑신을 올린 특이한 형태로, 전탑(塼塔:흙벽돌로 쌓아만든 탑)을 모방하여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서 모전석탑이라 부른다.
본래 3층이었으나, 탑신부에 자생한 소나무가 태풍에 쓰러지면서 탑도 같이 무너졌다고 한다. 1949년에 당시 창건주(홍대기)가 주선하여 군위군 우보면 신도들의 힘을 모아 현재 모습대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탑의 전체 높이는 400m, 기단의 높이는 45cm, 기단의 한 변은 390cm이며, 기둥인 우주와 탱주는 약 16cm, 옥개석에서 정상부는 약 165cm이다. 기단은 네 면마다 모서리에 2기, 그 사이에 3기 이렇게 5기씩의 기둥 모양을 조각하였다. 탑신의 몸돌은 20여 단의 일정치 않은 돌을 포개어 쌓아 올렸다. 지붕돌은 전탑에서와 같이 아래·윗면이 층단을 이루고 있는데, 밑면에는 3단의 받침을 두었고 윗면에도 다시 여러 단의 층단을 쌓아 점차 줄어들게 하였다. 지붕돌 한가운데에는 노반(露盤:머리장식받침)과 보주(寶珠:연꽃봉오리 모양의 장식)가 놓여 머리장식을 하고 있다. 탑신을 다시 쌓으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었으나 비교적 탑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어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군위 삼존석굴로 향하는 길에 처음 만나게 되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도 경북 유형문화재 제258호로 삼존 석불이 모셔진 이후인 9세기 경에 만들어진것이다. 당시에 유행하던 신라 비로자나불상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상의 변천과 신앙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불상은 결가부좌를 하고, 통견 식의 법의를 입고 있다. 양쪽에 법의가 조금씩 결쳐져 있어 앞가슴이 넓게 드러나 있다. 두 팔을 타고 내려온 옷주름은 무릎 부분에서 다시 물결을 만들고 있다. 수인은 지권인이며 목에는 삼도가 있다. 두 뺨은 풍만하며 귀가 길게 늘어져 있고, 머리는 소라껍데기처럼 말린 모양이며, 육계(부처의 머리에 상투처럼 올라온 부분)는 편평하다. 원래는 파괴된 대좌와 함께 지금의 위치에서 약 30m 북쪽에 있었으나, 1990년 대전을 지으며 대과와 불단을 새로 만들고 옮겼다고 한다.

석굴암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불상보호를 이유로 폐쇄되어있어 가까이 가서 볼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차에 사람들이 왼쪽 숲으로 난 길로 열심히들 가시길래 뭔가? 하고 따라서 가보니 삼성각이 있었다. 그런데 50m쯤 되는 그 길이 정말 뜻하지 않은 아름다움과 힐링을 선사했다.

길 따라 마주치는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낸 채 초록!초록! 외치며 싱싱한 기운을 퍼트리는데, 이 푸른 대나무숲이 바람에 '스스슥 쏴아~' 하는 파도 소리를 내며 춤춘다. 그리고 삼성각 처마에 매달린 풍경은 이에 맞춰 '땡~ 때앵~' 하며 맞장구를 치는데 그 맑은 소리의 울림이 마음 속에 꾹꾹 담아둔 번뇌를 풀어내주는 듯했다. 그날따라 하늘이 코발트블루처럼 새파래서 풍경소리에 풀려나온 번민들이 넓푸른 하늘물에 풍덩 빠져 깨끗이 씻겨지는 느낌이었다. 경주 석굴암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석굴암인데다 작은 절인데도 사람들이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유인 듯했다.

#석굴암 #군위 #대나무숲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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