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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Feb 20. 2021

절에서 곰을 키운다고라?

구례 문수사와 문수제

섬진강을 따라 가다보면 도로 옆에 '반달곰 있는 곳'이란 커다란 표지판이 보인다. 문수사란 절에 반달곰이 있다는 건데 처음엔 그저 신기하네~ 정도 하던 생각이 문수사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반달곰 있단 글을 서너 번 정도 보면 궁금증이 생겨난다. 아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의 성화때문이라도 가던 길을 돌려 발길을 옮기게 되는 곳이 구례 문수사이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문수사길 138

토지면은 지리산 남쪽 기슭에 위치하며 면의 대부분이 험준한 산지에 속한다. 면의 남쪽으로 섬진강이 흐르며 그 일대에 넓은 농경지를 이룬다. 동쪽은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접하고, 서쪽은 마산면, 남쪽은 문척면·간전면, 북쪽은 산동면과 접한다. 역사적으로 삼한시대에는 마한에 속했으며 이후 백제시대를 거쳐 고려시대에는 구례현에 속했다. 조선시대에 들어 토지면(吐旨面)으로 표기하였다가 고종 때인 1899년 지금의 표기인 토지면(土旨面)으로 변경했다. 난 박경리 선생님의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하동의 최참판댁이 유명해서 토지면이 된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부터 토지면이었다니 그 이름의 역사가 꽤 길었다. 소설 토지의 이름을 따서 그리 지은 게 아니라, 박경리 선생님께서 이 지역의 이름에서 소설 이름을 착안하신 건 아닐까 싶은 대목이다.
 
토지면의 동쪽에 있는 반야봉(1,732m)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황장산(942m)과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불무장등이 경남과 도경계를 이룬다. 북쪽에는 노고단(1,507m), 서쪽에 월령봉(1,214m)이 솟아 있고, 면 중앙부는 왕시리봉(1,243m)을 중심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의 일부를 이루는 곳다. 이렇게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곳이기에 문수사를 찾아가는 7km는 첩첩산중을 헤치며 가는 길이었다.

너른 들판이 펼쳐진 평지를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될 무렵에 나오는 문수제는 맑은 호수에 파란 하늘과 먼 산 가까운 산이 비쳐서 아름다운 반영을 보여주었다.
문수제를 지나고부터는 상당히 긴 오르막길이 문수사앞까지 쭉 이어지는데 중간에 돌무더기가 쏟아진 곳도 있고, 길도 좁아서 운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좌청룡 우백호의 기운이 뚜렷한 문수골 문수사는 백제성왕 25년(서기 547년)에 연기조사께서 창건 하였다. 그 뒤 저자거리에서 불법을 선양한 원효대사, 해동 화엄의 종조가 된 의상법사를 비롯하여 윤필, 서산, 소요. 부유, 사명대사 등 여러 고승 대덕께서 수행정진한 제일의 문수도량이다.

고승 청허당 스님의 젊은시절 수행처이기도 했는데 이때의 한 고사가 전해져 내려온다. 불법을 깨우치기 위해 용맹정진을 거듭하던 중 어떤 거지노승이 찾아와 함께 수행하기를 청했다. 처음에는 식량이 모자라는 터라 거절했지만 노승의 청이 너무 간절해 같이 수행하게 되었다. 밤잠을 자지않고 수행을 전념하던 어느날, 수행 하던 노승이 새벽녘에 주장자를 앞산으로 날려 황용을 만들더니 그 용을 타고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후 문수사는 깨달음을 얻어 성불하는 수행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임진왜란때 일부가 왜병의 난입으로 파괴된 뒤 불당을 조성하지 못한 채 6.25사변을 맞아 전소되었다. 그후 1984년 요사채를 세우고 1988년 옛 대웅전 터에 지금의 고금당선원을 건립하고 진입도로를 완성함으로써 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으며 이어 문수전, 삼성각, 고봉선원, 방장굴, 설선당 등을 건립, 석축을 쌓고 삼층 법당 대웅전(목탑)을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14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통사찰이지만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임을 알 수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로 중건되다보니 당우들이 대체로 다 새 건물들이라 이런 절의 역사를 모른 채로 본다면 최근 지어진 새 절이라 여길 정도이다. 절 들어가는 문은 이중의 철문이 버티고 있어, 혹시나 모를 곰의 탈출을 막기 위한 용도가 아닐까 싶다. 문 왼쪽엔 붉은 글씨의 '차량진입금지' 표지판에 곰이 놀랄 수 있으니 애완견은 절대 출입금지라고 쓰여진 글이 보인다. 아담한 절의 한 가운데 위치한 대웅전은 크기는 작지만 3층 높이의 독특한 구조라 눈길을 끌고, 그 뒤에 우리가 보고자 했던 반달곰이 갇혀있는 세 개의 우리가 보인다.

우리 앞에서는 곰에게 먹일 사료를 빨간 통에 담아 팔고 있었는데 한 바가지에 2천원이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고픈 이벤트이지만 우리는 다큰 어른들만 간지라 남들이 사료 주는 거만 구경했다. 어디 곰이 있나 살펴 보니 두 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는 2층 높이의 따로 떨어진 철창안에서 잠자는 듯이 누워있고, 아래에 있는 곰만이 사료를 먹기 위해 움직이는데 상당히 굼떠보였다. 좁은 철창에 갇힌 반달곰의 모습이 몹시 안쓰러웠다.

지리산 반달곰이 유명하다보니, 이곳에서도 지리산 깊은 산속에 위치한 점을 살려서 절에서 반달곰을 키우며 이 점을 부각시켜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어떻게 해서 절에서 곰을 키우게 됐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 요 부분 많이들 궁금해하셔서 문수사에 전화해봤으나 받질 않으셔서 궁금증 해결을 못하던 차에 페친 한 분과 친구의 댓글로 해결했습니다. 문수사에서 곰을 기르게 된 이유는 이미 인간에게 길들여진 곰들은 자연으로 방사할 수 없기 때문에 사육하는 것이거나(이제룡), 몇 년 전에 문수사를 구경한 친구에 따르면(한준)~ 정확하진 않지만  화개 의신마을에도 베어빌리지가 있고, 문수사에도 곰들이 있고, 화엄사 입구 종복원센터에도 곰들이 있는데, 여기 센터에도 방생했다가 적응 못하고 다시 포획돼서 돌아온 곰들이 있고, 아마 다른 곳들도 이런 부적응 반달곰들을 받아서 기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네요]

​아마 곰을 보고 싶다는 일념이 아니라면 이 깊은 산속까지 찾아오긴 어려우리라 생각했는데 문수사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가을에 다녀오신 분의 글이 있었다. 절 주변을  둘러싼 지리산의 단풍 든 풍경이 정말 멋졌다. 가을 단풍이 한창일 때 단풍구경 겸 가도 좋겠다. 아울러 곧 찾아올 4월 섬진강 십리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할 때도 간김에 근처에 있는 문수사에 들러보는 것도 괜찮겠다. 나로선 문수사 들어가는 길목의 청아한 문수제 풍경이 가장 좋았다.

문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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