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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May 03. 2021

나의 퀘렌시아, 평해 황씨 시조단 솔숲길

경북 울진 여행 1

울진은 동해를 보기 위해 자주 찾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전에 매화마을 이현세만화벽화거리와 망양해수욕장, 금강송림 관련된 글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산발적으로 말고, 찬찬히 하나씩 정리해서 올릴 내용들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회에 울진 여행기를 한 편씩 올려보려한다. 전에 쓴 울진여행기와 중복되는 내용들은 피하되, 새로 첨부할 내용이 많은 경우엔 후속편식으로 쓸 생각이다.

울진 여행 1번은 어쩌면 많은 이들이 보았으면서도 모르고 지나친 곳으로, 이번 울진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바로 관동팔경 가운데 제 8경인 월송정(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입구에 있는 평해 황씨 가문의 시조단과 숭묘문을 둘러싼 솔숲길이다. 시조단(始祖檀)은 조선 후기 숙종 때, 우리나라 모든 황씨의 시조인 황락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제단으로 황락이 터를 잡은 곳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황락의 제단비가 세워져 있으며, 주위에는 재실로 보이는 건물이 여러 동 있다. 역사적인 사실이나 오래된 유적지는 아니고 평해 황씨 문중에서 시조를 모시는 공간이다.

우리나라 황씨의 시조는 후한의 학사로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평해지역으로 흘러들어 신라에 귀화한 황락이라는 인물이다. 실제 문헌 등으로 확인된 내용은 아니지만 황씨의 시조로 여겨지고 있다. 평해 황씨는 경상북도 울진군을 본관으로 하는 한국의 성씨이며, '평해'는 울진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고려 때 금오장군이자 태자검교(太子檢校)인 황온인(黃溫仁)을 1세조로 한다. 한때 기성 황씨(箕城 黃氏)로 불리었으나, 후에 기성이 평해로 바뀌면서 평해 황씨(平海 黃氏)로 바뀌었다. 월송정도 평해 황씨를 명문가에 올려놓은 고려 문하시중 황서가 평해현을 평해군으로 승격시키며 건축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월송정을 둘러본 뒤 나중에 이곳으로 돌아나오면서 둘러보다보니 순서상 입구에 있는 시조단보다 '숭덕사'라 쓰여진 곳을 담너머로 본 뒤 율마가 심어진 솔숲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하며 시조단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길이 뜻밖에도 너무 고요하고 아름다워서 사방이 뻥 뚫려있음에도 나 혼자만 있는 '비밀의 숲'에 온 듯했다. 울진에서 찾은 나만의 퀘렌시아가 바로 이곳이 된 이유이다.

수백 년쯤 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잘 정리된 채로 우거진 솔숲엔 간밤에 살짝 흩뿌리고 간 비로 촉촉해진 길이 푹신했고, 연초록 새잎들을 뻗어올리는 풀들과 연두빛 율마, 진초록 소나무잎이 조화를 이루며 두 눈을 편안하게 위무해주었다. 아무도 걷지 않는 솔숲길을 홀로 걷다보니, 중간쯤에 허물어져가는 기와집이 한 채 보이는데, 어떤 용도였는지는 모르나 비록 폐가이긴 해도 무섭거나 생뚱맞지 않고 왠지 모르게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소나무숲 사이로 나리는 늦은 오후의 햇살이 따스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천천히 솔숲을 걷다가 남편이 집에 언제 갈 거냐며 숲 입구에서 갈 길을 재촉하는 바람에 돌아나와야 했다. 돌아오면서 비석들이 즐비하게 모셔진 숭묘문과 홍문이 있는 시조단 앞 연못을 둘러본 뒤 나왔다. 황락제단비는 숭묘문 바로 옆에 있는데, 화강암으로 만든 월두형(月頭形) 비석으로 단칸 맞배지붕의 비각 안에 놓여 있다. 거북 모양의 귀부와 비신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체 높이 235㎝, 너비 51㎝, 두께 21㎝이다. 비신의 앞면에는 '한학사황공락지단(漢學士黃公洛之壇)'이라는 명문이, 뒷면에는 비석의 건립 연대가 새겨져 있다.

숭묘문 앞의 연못은 지금은 시든 줄기만 보이지만 7월쯤이면 이곳에도 하얗거나 분홍빛의 청초한 연꽃들이 가득할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이 곳을 올 수 있다면 연꽃향 가득한 시조단 솔숲길을 아주 천천히 걸어보리라~


* 이곳을 해월종택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도 있던데,(아마도 이는 내비가 '평해황씨 시조종택'이라고 잘못 표기해서 그런 듯) 평해 황씨의 종택인 해월종택은 이곳이 아니라 경북 울진 기성면 사동리 동해안 자락에 있다. 해월종택(海月宗宅)은 경상북도 민속 문화재 제61호이며, 황락을 시조로 한 평해 황씨 3대본이 이곳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해월헌(海月軒)으로 불리기도 했다. 평해 황씨 중 문절공파(文節公派) 중 해월공파(海月公派) 시조인 황여일의 신위가 모셔져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자료는 글 밑에 기사를 첨부한다.
https://www.kyongbuk.co.kr/news/articleView.html?idxno=96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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