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은 초간정을 다니느라 여러 번 간 곳인데 이번 주말엔 어디를 갈까? 하며 지도를 살피던 남편이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며 데려간 곳이 어림호이다. 지역에선 '상부댐'이란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산 꼭대기에 호수가 있어 거기까지 올라가는 길이 무주 적상산 위에 있는 적상호를 가는 느낌이었다.
어림호는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군대와 전투시 이곳에 친림하였다는 뜻에서 전래된 어림성의 옛 지명을 본따 지어진 이름이다. 어림성은 조선전기까지 산성의 기능을 했지만 그 뒤 방치되어 터만 남아있던 것을, 2002년 정부의 제 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의거해 이곳에 한국수력원자력이 국내단위 기기 최대 용량 400MW급 2기인 양수발전소의 상부댐을 지으면서 함께 복원했다.
2004년 4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산정 725m에 건설된 어림호는 700만톤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깊은 호수이다.
백두대간 자락에 어림호를 만들면서 주변에 후삼국 통일기의 역사적 자취가 짙게 밴 어림산성도 복원한 것이다.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어림산성 서남문지로 추정되는데, 발굴조사 당시 사격자문 암키와를 비롯해 수키와가 다량 출토되었고, 출토유물로 보아 성벽과 성문의 축조시기는 통일신라 말기로 추정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자 예천군이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어림호 위에 하늘자락공원과 전망대를 조성해 2019년 5월 1일 개장했다. 또 이 전망대를 기점으로 위로는 장조대왕 태실, 문종대왕 태실 아래로는 문효세자 태실, 제헌왕후 태실, 오미봉 태실을 두루 거치는 '왕의 기운' 탐방로를 만들었다. 태실은 왕실에서 태를 묻던 곳을 말하며 조선왕실은 태가 국운과 관련있다고 생각해 더욱 소중히 모셨다고 한다.
전망대까지 경사로가 연결되어있어 그곳을 따라 몇 분쯤 올라가면 전망대 아래로 탁 트이는 어림호와 주변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소백산 하늘전망대는 높이 23.5m 폭 16m의 고층전망대로 전체적인 디자인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따서 별빛이 소백산으로 흘러내리는 형상이다. 136m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면서 360도 조망이 가능하고, 최상부의 캐노피 구조의 차양시설이 무게감을 준다. 넓은 조망데크의 정상에서는 소백산의 수려한 자연경관 전역을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설명과 달리 전망대가 있는 곳은 정확히 말해 우리가 흔히 아는 소백산이 아니다. 소백산은 영주와 단양에 걸쳐 있는 해발 1440m의 높고 험한 산으로 우리나라 제일의 우주관측소인 국립천문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근처에서 가장 높은 산인 소백산의 한 자락이라서 이런 이름을 붙인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멀리 영주 방향으로 소백산이 보이긴 한다.
하늘자락 전망대에 기대어 맑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비온 뒤의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르른 어림호와 멀고 가까운 산들을 둘러보니 가슴이 탁 트이는 듯 했다.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고, 자전거하이킹을 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하늘자락공원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와 관람석이 있어 하늘과 가까운 공연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주변에 '치유의 길'이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너른 주차장과 깨끗한 화장실이 있어 여름밤엔 별보기에도 좋으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어림호 바로 아래엔 2019년 12월에 국보로 지정된 대장전과 윤장대 및 보물 여러 점을 보유한 용문사도 있으니 예천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이곳도 꼭 일정에 넣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