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나 좀 안 아프게 해줘~"
어머님이 병상에 누워계시면서
돌아가신 외할머님에게 하신 말씀이다.
어지럼증과 두통이 오래도록 지속되니
이러다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드시면서
간절히 엄마 생각이 났다고 하셨다.
"사람은 아프면 더 엄마 생각이 나는 법이란다.
지가 잘 살고 있을 때는 생각도 안 하다가,
아프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지야.
그래서 사람은 엄마가 있어야 써~"
오래전 칠순을 넘기신 어머님이
10년 전 돌아가신 구순 넘은 외할머님을
떠올리며 나 좀 안 아프게 좀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다는 말씀에 나는 불현듯
박경리선생님의 시 '어미소'가 생각났다.
새끼를 떼어놓고 밭 갈러 나온 어미소는
집에 두고 온 새끼 생각에
농부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실랑이를 벌이다 주인을 다치게 한다.
이걸 보며 새끼 걱정하는 마음이 소도 이럴진대
금수만큼도 제 자식을 생각지 않는 인간세상의
부모를 경계하는 내용으로 시는 마무리된다.
아동학대 소식으로 얼룩진 이즈음의 세태를
비판하기에 적절한 시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난 이 시를 떠올리며 내가 어미소가 된 심정이었다.
어머님의 머리맡을 지키고, 이마를 짚어드리고,
등을 쓰다듬고, 팔 다리 허리를 주물러드리고,
한 숟갈이라도 식사를 더 하실 수 있게 떠먹여드리고,
조금이라도 개운하시게 세수와 양치를 돕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뿐이지만
마치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소가 된 심정으로
매일 어머님을 만나뵈러 간다.
"간호사들이 너가 내 딸인 줄 알더라~"
두어 번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어머님의
한 마디가 나에게 은근히 큰 힘이 된다.
딸처럼, 어미소처럼
어머님을 돌봐드리는 며느리고 싶다.
그리하여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시길
식탁에 마주 앉아 함께 나물도 손질하고,
누룽지도 먹으면서, 지나간 이야기들 나누며
하하호호 즐겁게 웃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 어미 소 >
몇 해 전 일이다.
암소는 새끼랑 함께
밭갈이하러 왔다
나는 소의 등을 뚜드려 주며
고맙다고 했다
암소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고
새끼가 울면
음모오-하고
화답을 하며 일을 했다
열심히 밭갈이를 했다
이듬해였던가, 그 다음다음 해였던가
밭갈이하러 온 암소는 혼자였다
어딘지 분위기가 날카로워
전과 같이 등 뚜드려 주며
인사할 수 없었다
암소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농부와 실랭이를 하다가
다리뼈까지 삐고 말았다
농부는
새끼를 집에 두고 와서 지랄이라
하며 소를 때리고 화를 내었다
옛적부터 금수만 못하다는 말이
왜 있었겠는가
자식 버리고 떠나는 이
인간 세상에 더러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팔아먹고
자식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인간 세상에 부모가 더러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 박경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