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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09. 2021

이게 머선 129?

새벽의 소란

앗싸!

드디어 나도 이 문장을 써보는구나~^^

'머선 129'는

'무슨 일이야'를 경상도 사투리로 발음한

'머선 일이고'를 비슷한 발음의 숫자를 넣어

표현한 신조어이다.

영문이 무엇인지 모르는 일 또는 황당하고 놀라운 일을 상대방에게 유머 있게 묻거나 스스로 반문할 때 주로 사용한다.

카카오TV에서 2021년 5월 23일부터 오픈한 본격 선물 제공 현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이름도 <머선129>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움직이는 기업의 CEO가 강호동과 현피를 떠서 강호동이 이기면 구독자들에게 선물을 왕창 준다는 컨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다른 분들 글에 이 문장이 종종 보이길래

문법 파괴 팍팍 해주시는 외계어지만

은근 재밌게 느껴져서

나도 써볼 일이 어서 오길 바랐더니

오늘 새벽 딱 이 문장을 쓸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님께서 어제 퇴원하신 뒤

피곤하셨는지 새벽까지 오래 주무셔서

(어머님 말씀에 따르면 간만에 푹 주무셨다고~)

후다닥 텃밭에 물주러 나섰다.

이번 주 들어 심은 고구마순이 마르지 않도록

당분간은 수시로 물을 공급해줘야 한다.

뭐든 심고나서 처음이 중요하다.

농사는 많은 부분이

아이 키우는 것과 닮아있는데,

아이도 막 태어나서 가장 많은 손길이 필요하고

어릴 때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키워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기를 잘 지내고

성인기에 접어들어 제 앞길 알아서 가듯이,

텃밭 작물도 막 심고,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가장 많이 손길이 간다. 이때 잘 키워두면

웬만큼 자란 뒤엔 저 알아서도 잘 큰다.

그리하여 쓴다쓴다 하면서 미뤄둔

괴산 화양구곡 여행기를 쓰다말고

옷 갈아입고 신발신고

텃밭까지의 최단거리를 계산해

열심히 가고 있는데...

이게 머선 129?

텃밭 가장 가까이 있는

아파트 단지 정문 앞에

사람들이 웅성웅성.

'이 새벽에(약 5시 30분쯤?) 뭔 일이래?'

하고 자세히 보니

경찰차 두 대와 택시 한 대가 있고

경찰들 서너 명과 민간인 둘에

대놓고 구경하시는 구경꾼 한 명이다.

일단 멀리서 상황을 한 컷 찍고

정문 앞을 지나치면서

귀를 최대한 쫑긋 세우고 들어보니

새벽에 택시타고 여기로 온 승객이

택시비를 안 내겠다고 뻐팅긴 모양이다.

그래서 택시기사는 112에 신고를 했고,

처음엔 한 대가 왔겠지만

뭔가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니

추가로 한 대가 더 온 모양이었다.

우리 동네 큰 사거리에서 교통사고가 나도

경찰차는 딱 한 대가 오는 걸 봐서 말이다.

경찰 왈,

"저희 일은 택시기사님한테 못 받은 돈 받아내게 도와드리는 일이 아니라, 정당하게 지불해야 할 택시비를 내지 않고 가면 손님이 무임승차가 되니 그걸 해결하려고 온 겁니다~ 어쩌구 저쩌구~~"

덩치 좋고 한 주먹하게 생긴 승객이

뭐라뭐라 하는데 당췌 뭔 소린지 모르겠고

택시기사는 본인 택시에 뭔가를 가지러 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 시커먼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대체로 회사에 가는 출근버스를 기다린다거나,

새벽축구하러 가는 동호회 사람들이거나

그런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늘처럼 택시비 안 내는 사람 하나때문에

경찰차가 두 대나 출동해서 경찰들이 우글우글한 건 첨일세.

나야 뭐, 지나치는 길이고

경찰들이 알아서 해결해줄 터이니

더이상 신경 쓸 일도 아니고

텃밭 다녀오기도 바빠서 그냥 갔다.

요즘 승객이 택시기사 폭행하는 일이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던데

그 택시기사님은 어디 다치시지 않으셨길 바라며.

(언뜻 보기엔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거나, 몸을 못 움직이시는 건 아니어서 괜찮아 보이셨다)

나중에 텃밭에서 돌아올 때는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와서

어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잘 해결되지 않았을까?

그럼

연보랏빛 비비추 보시며

오늘도 좋은 하루!^^*



* 표지의 풀잎사진은 빛피스님 작품입니다~

생강나무길의 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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