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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Aug 18. 2021

매미전성시대

콩매미 대매미 VS 브루드 텐

한 달 전인 7월 중순 어머님과 진료받으러 대학병원엘 갔다가, 오전 진료 마치고 점심을 먹고 오후 진료를 위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가는데 병원를 둘러싼 나무들에서 매미소리가 크게 들렸다.

"매미들이 아주 그악스럽게도 울어대네. 옛날엔 이렇게 크게 울지는 않았는디~"

"도시 소음이 커서 점점 매미소리가 커진다고 그러더라구요. 암컷매미한테 자신의 존재를 알려야 하는데, 주변이 시끄러우면 자기 소리가 묻히니까 더 크게 우느라고요."

"나 어릴 때 시골에서는 매미소리가 이렇게 안 컸어야. 여름 초반에는 콩매미가 맴맴맴~ 하고 애기같이 작게 울다가, 여름 한참 지나믄 대매미가 아주 대차게 울었재. 그래도 이 정도로 시끄럽진 않았는디, 요즘 매미들은 아주 나 죽네~~ 함시롱 우는 거 같어."

매미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니,

한국의 매미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1850년 영국인 워커(Walker)에 의해 4종이 보고되었으며, 그 이후 일제강점기 일본의 학자들에 의해 초기의 기록들이 이뤄졌다. 우리나라에 현재 서식하는 매미는 말매미, 유지매미, 소요산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참매미, 털매미, 늦털매미, 참깽깽매미, 깽깽매미, 두점박이좀매미, 고려풀매미, 세모배매미, 풀매미, 호좀매미 등 총 15종이 기록되어 있다.(자료에 따라 12종, 13종으로도 나옴)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콩매미, 대매미는 정식 이름이 아니라 전라도 지역에서 매미를 부르는 이름인지 15종의 매미 이름엔 보이지 않았다. 10여년 전부터는 ‘중국매미’라 불리는 '주홍날개꽃매미'가 수목에 해를 가하는 해충으로 등장해 한때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런데 올해 미국이 매미로 엄청 시끄럽다고 한다.

17년을 주기로 땅속에서 올라오는 ʻ브루드 텐(Brood X)’ 이라는 매미 수조 마리가(수억에서 수조라고) 미국의 동부지역인 워싱턴주,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에 출현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매미는 13년 또는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주기로 출현하는 ‘주기매미’가 대부분으로, 지역마다 등장하는 매미 떼의 종류와 출현 시기가 모두 다르다. 이들 중 가장 주요한 매미 떼 15무리(브루드)에는 로마자로 일련번호(1~10, 13, 14, 19, 22, 23)가 붙어 있다.

17년 주기매미는 총 12종으로 미국 북부 지역에서 서식하며, 13년 주기매미는 총 3종으로 미국 남쪽 지역에서 발견된다. 과거에는 19년 주기의 매미도 있었으나 멸종됐다고 알려져 있다. 매미 유충이 땅속의 양분으로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이 19년보다 짧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브루드 주기매미는 태어나는 해와 장소만 다를 뿐, 생물학적으로 다른 매미는 아니라고 한다.

매미는 불완전변태과정을 거쳐 늦봄에서 가을까지 성충시기를 보내다가 알 또는 애벌레 상태로 월동을 한다. 매미의 유충은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등껍질을 벗어내고 성충이 된다. 성충의 수명은 약 한 달 정도이다.

올해 등장한 브루드 텐은 안테나가 달린 폴더형 휴대폰이 유행하던 2004년에 미 동부에서 짝짓기를 나누던 매미들의 자손이다. 2004년에 알로 태어난 이 매미들은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다 17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고, 몇 주간 격렬한 소리를 내지르다 교미를 마친 뒤 생을 마감한다. 그들이 남긴 알에서 깨어난 다음 세대 매미들은 17년 뒤인 2038년에 등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브루드 텐 매미는 100dB(데시벨)이 넘는 소음을 낸다. 이는 진공청소기 소음이나, 국내에 서식하며 매우 시끄럽게 우는 말매미의 소리인 80dB보다 훨씬 크다.


더군다나 주기매미들은 한 장소에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1956년 미국 곤충학자들이 미국의 주기매미 ‘브루드 서틴(Brood )’의 개체 수를 조사했는데, 1에이커(약 4046m2) 당 150만 마리의 매미가 발견됐다. 1m2마다 약 370마리의 매미가 떼지어 있는 셈이다. 이 매미들이 일시에 땅 위로 올라와 부르는 ‘떼창’의 크기는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커봐야 80dB 정도인 우리나라 매미울음소리도 귀가 따가울 정도인데, 100dB이 넘고 개체수가 어마어마한 브루드 텐이 울어제끼면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겠구나 싶다. 미국 동부가 올해 얼마나 시끄러울지 이해가 된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매미는 3000종이 넘는데, 이들은 대부분 3~4년간 성장한 뒤 지상에 나와 번식한다. 한국의 경우 참매미, 말매미 등 15종의 매미가 사는데 대개 땅 속에서 5~6년간 성장한 뒤 지상에 등장한다. 주기를 갖긴 하지만 비교적 짧고, 특정 매미 집단이 특정 해에 유독 한꺼번에 등장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매년 여름 비교적 일정한 수컷 매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주기매미는 다르다. 13년, 17년으로 엄격한 생애주기를 갖는다. 지역별로 무리를 지어 등장하는 특성이 있어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이 아니면 그 매미를 볼 수 없다. 매년 같은 지역에서 매미 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적당한 소리로 매년 울면서 여름을 알려주는 매미가 있는 게 참 다행이지 싶다. 좀 시끄럽게 여겨질 때도 있지만, 여름에 매미 소리 없으면 그게 무슨 맛인가 싶기도 할 테다.

지난 주, 늦은 오후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던 매미소리가 일시에 갑자기 뚝 멈추고 고요한 정적이 한동안 지속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조용해서 좋다 싶더니만 조금 지나니 더위가 엄청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나마 매미소리라도 있으니 더위를 잠시 잊고 지냈는데, 매미소리가 사라지니 더위가 불현듯 더 크게 다가온 것이다. 피부로 느껴지는 더위를 귀로 떨쳐준 매미 소리의 고마움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존재치고 자기 역할이 없는 게 없음을,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세상의 화음을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 고마운 매미의 계절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후손을 남긴다는 절체절명의 본능에 충실했던 매미들이, 치열한 생의 과제를 무사히 마치고 땅으로 돌아가길 빈다.


* 매미 소리의 비밀

한국의 매미는 보통 5월부터 11월까지 관찰되며 다양 한 소리로 우는데, 5월에는 세모배매미와 풀매미, 여름 에는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소요 산 매미 등이 운다. 늦털매미는 가장 늦은 11월까지 운다.

특히 도심에서 오전 4시부터 9시 사이에 들리는 소리는 참매미 소리이며,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에는 말매미 여 러 마리가 함께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매미와 말매미 소리의 주파수 대역은 각각 4킬로헤르 츠와 6킬로헤르츠의 울음소리를 내 사람이 들을 수 있 는 대역의 주파수와 같은 대역대에 속해, 자칫 소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깊은 산속에서 활동하는 세모배매미의 소리는 13 킬로헤르츠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매미 12종 가운데 는 가장 높은 주파수로,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사람이 듣기 힘든 수준이다. (헤럴드경제. 2014.8.1.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0513283)


* '브루드 텐'에 대한 내용은 아래 동아사이언스 글을 참고했습니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48043


한국매미와 미국 브루드 텐의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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