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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Sep 03. 2021

치즈스틱 음해사건

개쩔어~

저녁반찬으로 감자튀김과 치즈스틱을 내놓으려고 냉동고를 뒤지는데 마땅히 있어야 할 치즈스틱 봉지가 안 보인다.

거실 소파에 폭풍성장중인 아들이 앉아있길래 물었다.

"아들아~ 니가 치즈스틱을 다 먹었느냐?"

"아뇨~ 누나가 다 먹은 것 같던데요"

마침 딸이 학교 다녀와서 힘들다며 소파 아래 매트에 널브러져 있던 참이었다. 헤롱헤롱삼매경 속에 있던 딸이 이 말을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내가 치즈스틱을 다 먹었다고 누가 음해하는 거예요? 남겨뒀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

"맨 아래 두었을 걸요~"

냉동고 맨 아래를 보니 정말 있네!

근데 있음 뭐해? 꼴랑 네 개.

내가 사다두었을 땐 한 봉지 가득이었단 말이다!

먹성 좋은 딸래미 덕에

종종 이렇게 반찬재료가 사라지는 일들이 생긴다.

이건 한참 전 일이고,

따끈따끈 오늘 아침 일이다.

온라인 수업중인 중딩 둘째가 갑자기

수업 듣다가 거실을 돌아다니면서

"개쩔어~ 개쩔어~"

하구 다닌다.

안방에서 책 읽던 내 귀에 자꾸 거슬린다.

"수업 틀어놓고 왜 돌아다녀? 가만 앉아서 듣지?"

그랬더니,

"바람이 불어서 종이가 날아가 주우러 일어났는데 앞에 계족산이 개쩔어요~ 보세요!"

한다. 잉? 구래?

얼른 폰을 들고 거실 창문 앞으로 다가서니

태풍 마이삭이 지나간 하늘이 파랗게 벌어지며

하얀 구름들이 짙푸른 계족산에 여기저기 내려앉은 모습이 볼만 했다.

아들덕분에 좋은 구경 안 놓치고 자알 했네~^^

그런데 말이다 아들아~

'개쩔어' 말고 '멋지다, 훌륭하다, 아름답다'란 말도 있는데, 굳이 그 말을 써야겠니? --;;



ㅡ 작년 오늘 있었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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