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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Sep 18. 2021

황새야 황새야 어딨니?

예산 황새공원

창녕에 가면 따오기가 우릴 반겨주고,

예산에 가면 황새가 우릴 반긴다.

각각 그 지역을 대표하는 새이자, 한때 멸종되었다가 복원과정을 통해 어렵게 복원해낸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자 천연기념물인 새들이다.(따오기는 멸종위기 2급 천연기념물 198호, 황새는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199호)


8월 14일에 어머님 모시고 예산 백종원국밥거리에서 소국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나들이 삼아 간 곳이 예산의 명물 황새를 주제로 한 황새공원이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시목대리길 62-19에 위치한다.

공원 앞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공원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황새모형이다. 브론즈로 만들어져 은빛으로 빛나는 이 모형은 일명 황새소원탑이다. 예로부터 황새는 부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여서 예산황새공원에 있는 황새소원탑에 간절히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화려한 부활]이란 제목의 이 소원탑은 은빛으로 빛나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로 9.8m X 9m x 14.8m(H)이다.

2016년 5월 20일, 예산황새공원에서 자연으로 방사한 황새 가운데 암컷 민황이와 수컷 만황이가 2세 부화에 성공했다. 이는 45년 만에 한반도 황새가 자연에서 짝짓기를 통해 부화에 성공한 역사적인 사례였다.

'화려한 부활' 은 이러한 역사성과 생태적인 특징을 담은 작품으로 황새가 알에서 깨어나 창공을 향해 성장하는 모습을 점진적인 망구조로 동적이고 속도감 있게 표현하여 이상을 향한 힘찬 기운을 느끼도록 하였다.

또한 조형물 내부로 들어가면 3.2m 높이의 작품명 ['산황'을 기억하며...]라는 황금빛 브론즈 작품이 있다.

산황이는 예산군이 2015년 9월 자연에 방사한 황새 8 마리중 하나로 태어난 지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황새였다.

산황이에게는 GPS 발신기가 부착돼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 추적한 산황이의 이동 경로는 매우 광범위하였다. 그러나 해남, 진주, 군산, 신안을 거쳐 오키노에라부 공항에서 송출된 GPS 발신음을 마지막으로 위치 확인이 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산황이는 항공기 착륙시 발생하는 기류에 휘말려 활주로에 추락하면서 죽게 되었고, 공항 직원에 의해 GPS 발신기와 함께 소각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산황이는 이렇게 머나먼 이국땅 일본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지만, 산황이가 태어난 예산황새공원에 기록을 남겨 전국민의 가슴 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기원하며 만들어진 것이다.

코로나가 터진 뒤부터 실내인 전시관은 문을 안 여는 곳들이 많아서 황새문화관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문을 열고 있었다. 발열체크와 방문자등록을 한 뒤 들어가보니, 1층 전시실 내부가 잘 꾸며져있고 2층까지 올라가며 구경할 것들이 많았다.

2009년 문화재청에서 공모한 전국에서 황새가 살기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예산군이 선정되었다. 예산군에는 2곳 이상의 황새 번식지가 확인되었고, 삽교천과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범람원 습지가 발달되어 있어 황새 서식지가 풍부해1970년대 이전까지 황새가 서식하였던 고장이다.


예산군은 2009년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조성 공모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어 2010년~2014년까지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 135,669㎡ 규모의 예산황새공원을 조성했다. 황새문화관, 오픈장, 야생화 훈련장, 생태습지 등의 시설을 갖추었으며 한국교원대학교에서 복원증식에 성공한 황새 60마리가 2014년 6월 예산군으로 귀향해 왔다. 이곳에서 야생화 훈련을 거친 황새들은 2015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자연에 방사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야생에서 서식하는 황새의 개체수는 80여 마리 이상이고, 사육황새는 200여 마리에 이른다.


"옛날엔 황새가 논에 가면 많았는디, 지금은 보기가 힘들더라~"

하시는 어머님 말씀을 들으며 전시되어 있는 황새기록을 살피니, 우리나라 토종황새는 1994년 멸종되었고 청주에 있는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다른 나라 황새를 들여와 유전자복원을 통해 황새를 부활시켰다고 한다.

황새는 1900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아주 흔했던 새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황새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1971년 4월 충청북도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서 마지막 1쌍이 발견되었는데, 발견 후 3일만에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사살됐고 암컷 혼자 과부황새로 23년을 더 살다가 죽었다.(1994년) 그 뒤로 텃새 황새는 더이상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아직 지구상(러시아, 중국 등 극동지역)에 3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그 중 20여 마리가 겨울철 우리 나라를 찾아오고 있다.


그렇게 많았던 황새가 왜 사라졌을까?

첫째, 농경지를 정비하면서 논, 수로, 연못, 하천 간의 연결고리가 단절되고, 농약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습지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다.

둘째, 불법적인 사냥에 의해 많은 황새들이 죽었다.

셋째, 키 큰 나무들이 전쟁과 벌채로 사라지면서 둥지를 틀 나무가 없어졌다.


그럼 황새를 복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새는 사람과 친근했던 새였다. 예로부터 황새를 길조로 여겨 해치지 않았던 탓인지 황새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큰 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살았다. 동서양을 통틀어 황새는 행복, 고귀, 고결,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였고, 황새가 복을 가져다 준다는 속설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서양에서는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준다는 속설도 있다)


무엇보다 황새는 습지(논)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이 있는 습지와 논은 생명의 근원지이므로 황새를 복원하면 습지생태계가 살아나고, 우리들에게 깨끗하고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황새를 복원하고 있는 것이다.


황새 복원은 1996년부터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구, 한국황새복원센터)에서 유전적으로 같은 황새 종조를 러시아, 일본, 독일로부터 도입하여 인공증식을 시작해,  2014년 150마리까지 증식하였다. 그리고 2014년 6월에 예산황새공원에 60마리를 기증하여 자연방사를 위한 야생적응훈련을 진행했다.


마침내 2015년 9월 3일 첫 황새 야생방사(8마리)를 시작하였고, 매년 방사를 추진하고 있다. 1971년 마지막 황새 번식쌍이 사라진 후 45년만인 2016년 첫 번식쌍이 탄생하여 방사 2세대가 탄생하고(수컷 만황이 암컷 민황이, 그 뒤로 민황이가 감전사로 죽자 새 암컷 승황이를 맞아 현재 다섯둥이 가족이 됨), 2019년에는 방사 3세대 황새 2마리가 건강하게 성정하였다. 2020년에는 번식 황새가 5쌍으로 늘어났으며, 예산군 4쌍이 번식하였고, 10월 6일 방사한 1살 암컷 황새 '광시'가 대만으로 날아가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혔다. 2015년 9월 첫 번째로 방사한 대황이가 짝을 이루어 태안 송전탑에서 번식하였다. 황새문화관 왼쪽옆에 마련된 야생원에 가면 야생으로 가기 위해 적응훈련중인 황새들과 2017년 당진 대난지도에서 지내던 복황이 장황이 남매가 복황이 다리가 부러진 뒤 함께 황새공원으로 찾아와 치료받고 의족을 단 채로 지내고 있는데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황새와 많이 헷갈리는 새가 흔히 '학'이라고 부르는 두루미다. 황새와 두루미는 어떻게 다를까?

황새의 키는 평균 112cm, 편 날개길이는 약 2m, 몸무게 3~5kg 정도 나가는 대형 조류이다. 두루미는 몸길이 136∼140cm, 편 날개길이 약 240cm, 몸무게 약 10kg이다. 황새의 눈은 연노랑의 홍채이나 눈 주위에 붉은색 띠가 있다. 부리는 검은색이며 다리는 붉고 몸전체는 흰색이지만 날개끝은 검은색이다. 두루미도 온몸이 흰색이고 날개끝은 검지만 머리꼭대기는 피부가 드러나 붉고, 이마에서 멱·목에 걸친 부위는 검다는 점이 다르다.

분류학적으로 황새는 독수리쪽에 가깝고, 두루미는 닭쪽에 가까운 새이다. 그래서 황새는 육식성, 두루미는 잡식성이다. 황새는 나무에 주로 앉지만 두루미는 나무에 앉는 법이 없다. 외형도 황새는 부리가 굵고 길지만 두루미는 부리가 작고 가늘다. 황새는 우리나라 텃새지만 두루미는 철새라서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새가 아니다.

그 외에 백로와 왜가리도 외형이 비슷해서 이 새들이 어떻게 다른지 황새문화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새들을 비교해놓은 표가 있다.


황새알도 만져볼 수 있고, 재미난 볼거리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황새와 뱁새의 크기를 비교해놓은 그림도 있다.


다양한 황새 전시물들 보던 아들이


"몸은 하얗고, 눈은 빨갛고, 부리랑 다리는 까만데 왜 새이름이 황새예요?"


하고 물어보았다. 한 번도 그 생각을 안 했네? 그냥 황새라고만 불렀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황새문화관에 마련된 브로셔와 전시물들을 다 살펴도 이에 대한 설명은 보이지 않았다. 검색해서 찾아보니, 커다란 새를 순우리말로 한새라 불렀고 한새가 발음하기 좋게 황새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아들덕분에 황새의 이름 유래도 알게 되었다.


황새문화관 2층에 올라가면 황새사진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이 전시된 공간과 기념품을 만들 수 있는 체험학습공간, 카페와 소원지를 붙이는 소원나무가 마련된 통로가 옥상 포토존으로 이어진다. 어머님께서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카페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황새가 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한살이 모습을 온가족이 영상으로 보았다. 다리쉼하며 앉아서 구경하기 딱 좋은 영상이었다. 황새는 1년에 3~5개의 알을 낳는데, 알을 품어 30~40일이 되면 새끼가 태어난다.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85g정도지만 약 60일 정도가 되면 어른 황새만큼 자란다고 하니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통로에 마련된 소원지에다 소원을 써서 소원나무에 꽂아두고, 옥상을 나가니 천사날개 모양의 포토존이 있어서 기념사진 찍고~ 한 바퀴 빙 둘러보니, 아래에 황새오픈장이 바로 보였다. 황새들이 그림처럼 서있거나 앉아있는데, 하도 안 움직여서 처음엔 모형인 줄 알았다. 황새 모이주는 시간에 맞추면 황새들이 미꾸라지를 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픈장으로 내려가보니, 그 앞에는 다양한 새들의 둥지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산책로가 있어서 새마다 각기 다르게 만든 새둥지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었다.

 

황새문화관을 나오면 공원 한켠에 솟대처럼 만들어놓은 황새조각이 있는데 이걸 보신 어머님께서

"황새들이 비가 올라고 하믄, 저렇게 어깨를 옹숭거리고 나무 위에 꼿꼿이 서있단다."


하시며 어깨를 바짝 움츠리며 황새 모습을 재현하시는데 그 모습이 재밌어서 하하 깔깔 허허 하면서 웃었다.

문화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올라가면 자연생태체험장과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아숲체험장도 있던데, 우리 애들은 다 커서 가보지 않았지만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꼭 가서 즐겨보시길 추천한다. (이 부분에 대한 소개는 아래 포스팅 참고)

https://m.blog.naver.com/kooni/222454528957

예산군 광시면에서는 2010년부터 예산황새생태농업단지연합회에서 추진하는 황새생태농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황새가 사는 풍요로운 논 생태계를 만들고, 동시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사법으로 농사를 짓고, 논 가운데 생물서식지를 만들고(논의 일부 혹은 휴경지 논을 1년 내내 물을 담아 습지를 만들어 주면 이곳에는 생물 다양성이 회복하게 된다), 많은 새들과 다른 동물들이 모여들도록 미꾸라지, 붕어, 우렁이, 곤충과 같은 황새의 먹이 들을 논과 개울에 풀어주고, 논과 논 사이에 물고기가 다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축산 폐수를 정화시킬 수 있는 자연형 인공습지를 만들었으며, 마을 주변 숲에 황새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를 키우기도 한다. 황새가 이 땅에 터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습지 함께 숲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농촌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으며, 21세기 새로운 농촌생태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가히 '대한민국 황새마을 예산'이라고 내세울 만하다.


한때 우리 곁에서 사라졌던 황새가 어디 있는지, 살아있는 황새 모습을 보고 싶다면 예산 황새공원으로 발걸음하시길~


* 운영시간안내

하절기(3월~10월) 09:00~18:00

동절기(11월~2월) 09:00~17:00


휴관일 1월 1일, 설날, 추석날, 매주 월요일


관람료 무료


문의전화

예산황새공원  : 041-339-8271~2, 7339

황새생태연구원 : 043-230-3391 (청주 한국교원대 내)

홈페이지 http://www.yesanstork.net/(현재 안 열림)

예산군청 http://www.yesan.go.kr


황새공원 앞 광시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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