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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3. 2021

오징어 게임, 나도 봤다

넷플릭스 소고

"너 이런 거 안 볼 것 같은데 보네?"

[오징어게임]을 보는 나를

의아해하며 남편이 던진 말이다.

"내 취향은 아닌데, 하두 사람들이

오징어~ 오징어~ 하니까 궁금해서."

9월 17일을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오픈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프닝 전부터 넷플릭스에서 엄청 광고를 해대고

잠깐씩 등장하는 스틸컷이나 광고영상을 보니 끔찍해서 '어유~ 저런 걸 왜 만든 거야? 막 사람 죽이는 걸~'하고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추석연휴가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심심해지던 무렵, 운동인증하면서(하루에 스쿼트 160개, 팔굽혀펴기 100개씩을 하고 페이스북에 인증을 올린 지 695일째다) 보려고 얼떨결에 튼 게 [오징어게임]이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니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어서 결국 하루에 한 편씩 보면서 마지막 편까지 다 본 것이다.

아들이 친구들에게 이미 [오징어게임] 내용을 스쳐지나듯 듣고는, 내 옆에서 마구 스포를 날리는 통에 대충 내용을 간파하긴 했으나 맞는지 안 맞는지 내가 봐야 알지~ 하는 생각으로 다 봤다.

이정재가 열연한 주인공, 쌍문동 성기훈은 직장에서 잘린 뒤 백수로 지내며, 길거리장사를 하는 엄마에게 딸 생일선물할 돈까지 얻어 쓰는 한심한 중년이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따스한 남자이다. 이정재가 주인공으로 나오니 아무리 찌질한 캐릭터로 나와도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될 거라 여겼는데 역시나~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드라마에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나온다. 사채빚을 지고 장기포기각서를 썼거나, 불치병에 걸렸거나, 성폭력을 해온 친아빠를 죽인 뒤 교도소에 다녀와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거나, 북에 있는 엄마와 보육원에 맡긴 동생을 찾기 위해 큰 돈을 한 번에 벌어야 하거나, 잘 나가던 증권맨이었지만 어느 순간 경제사범이 되어 경찰에 쫓기거나, 조폭 웃전의 돈을 빼돌려 칼침 맞을 위기에 놓이거나, 숨쉬는 거 빼곤 다 사기치는 것으로 살아오다 빚에 내몰렸거나... 다양하고 절박한 이유를 가진 456 명의 사람들이 10만원 따먹기 딱지치기를 통과의례처럼 거치고,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그려진 명함을 받고는 거기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뒤 영문 모를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란 첫 게임에서 게임규칙을 어기거나, 게임에 통과하지 못해 탈락하면 바로 총살당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과반수가 찬성하면 게임을 중단할 수 있다는 규칙을 들어 겨우 한 표 차이로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이내 희망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는 거액의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201명 가운데 2/3가량이 돌아온다. 하지만 모두 승자가 될 순 없는 법. 끝까지 살아남은 단 한 사람만이 456억을 얻을 수 있다. 그 한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앞서 주인공 이정재에 관해 이야기할 때 말했듯이 이미 답은 정해져있지만, 중간에 게임참여자들간의 눈치보기와 갈등, 협력과 배반 등은 기본이고, 감시와 제재가 살벌한 와중에도 게임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장기를 적출해 밀매하는 엽기적인 일들도 벌어지고, 사라진 형을 찾아 잠입수사에 나선 경찰이 위기를 하나하나 넘기며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도 나와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반전에 반전도 이어지고... 그래서 이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나 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로 줄다리기, 달고나,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를 거쳐 세 명만이 남았을 때 마지막 하는 게임이 오징어게임이다. 원래 오징어게임은 몸싸움이 치열한 게임이라 주로 사내애들이 하는 게임이었다지만, 남동생들이 많았던 나도 몇 번은 함께 해본 기억이 있는 게임이다. 이 작품을 만든 감독이 10년 전쯤 우리나라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들이밀었을 때는 너무 황당하다고 매몰차게 거절당했던 내용이, 이젠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를 넘나들며 인기드라마로 떠오른 걸 보면서 시대의 변화와 세계적 플랫폼의 힘을 절감한다.

코로나시대라 영화관에도 해외에도 마음대로 못 가니, 더더욱 집에서 전 세계의 영화와 드라마, 다큐, 예능 프로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가 세상을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듯하다. 처음 넷플릭스가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누가 적지 않은 월정액을 내고 저걸 볼까?' 했는데 시대를 반 보 앞서간 넷플릭스의 혜안이 진가를 발휘하는 중이다.

앞으로 세상엔 또 어떤 서비스가 나와서 우리를 새로운 문명의 세계로 인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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