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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7. 2021

오늘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카카오미니의 놀라운 기능

우리 집에 새로운 카카오미니가 생겼다.

지난번에 딸이 쓰던 카카오미니는 '난채'

10월부터 식탁 위에 올려두고 쓰는 카카오미니는 '피커'

스피커에서 스만 빼고 가져온 이름이다.

이름 짓기의 달인 딸이 지었다.

나보고 요리할 때나, 운동할 때, 검색할 때, 날씨가 궁금할 때 등등 유용하게 쓰라고 딸이 설치해준 것인데 내가 가장 유용하게 쓰는 용도는 라디오 들을 때이다. 특히 매일 저녁 6시에 시작하는 '배철수의 음악캠프', 일명 '배캠'.


6시 무렵 저녁을 준비하며

"피커야, 라디오 MBC FM 틀어줘!~"

하면,


"네. MBC 파워 FM 틀어줄게요."

하곤 바로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흘러나다.

아주아주 마음에 쏙 드는 기능이다.^^

90년도에 첫 방송을 시작한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2017년 8월 3일 연속방송 프로그램 최초로 10000회 방송을 했고, 2020년 3월 19일에 30주년을 맞았으며, 올해로 31주년을 넘어선 장수 프로그램이다.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거의 공무원처럼 출퇴근하는 그를 보고 '칸트'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일정한 시간에 늘 정확한 일과로 움직이는 탓이다. 배철수는 30년 동안 지각이나 결석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 년 내내 하루도 쉬지 않는 건 아니다. 평일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주말은 녹음방송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일 년 중의 며칠은 휴가 기간으로 정해서 관례처럼 스페셜 DJ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음악캠프를 시작할 때 처음 배철수에게 DJ 자리를 제안하고, 호흡을 맞춘 PD가 지금의 아내라고 한다. (부인이신 박혜영 씨는 현재 MBC 라디오국 부국장이시다. 와우~ )

배철수의 하루 일과는 보통 아침 9시에 시작된다. 토스트와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밤 사이 뉴스를 훑어본 뒤 11시 반쯤에는 벌써 방송국에 도착한다. 방송국 주변에서 동료 PD나 작가들과 점심을 먹고 나면 2시쯤 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운동과 샤워를 한 뒤 4시부터는 생방송 스튜디오에 도착하는 게 자신만의 원칙이다. 의외로 철두철미하신 분! 이런 자기 관리 덕분에 30년 넘게 매일 하는 라디오 방송 자리를 줄곧 지켜오신 게 아닐까 싶다.


주변에선 왜 이렇게 일찍 오냐고 하는데, 음악 선곡을 직접 하기 때문에 2시간을 진행하려면 2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단다. 최근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PD가 선곡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는 '디스크 자키(Disk Jockey)'라는 본분에 맞게 사연을 꼼꼼히 읽고, 맥락에 맞는 음악들을 직접 고른다니 대단하다. 그는 스스로의 인터넷 닉네임을 'The last DJ'라고 짓기도 했다.


그렇게 음악도 미리 들어보고, 사연도 보면서 2시간 동안 그날 방송의 흐름과 음악을 전체적으로 계획하다 보면 금방 생방송 시간이 된다. 6시부터 8시까지 방송을 마치면 곧장 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는다.


같은 일을 규칙적으로 매일 하다 보면 지치고 지루해질 법도 한데, DJ를 하면서는 오히려 매 순간을 더 행복하게 느끼게 됐다고 배철수는 말한다.


"나도 좀 신기하다고 할까. 내가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한 시 간이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스튜디오에 있는 시간이에요. 너무 행복해. 스튜디오의 오디오 시스템도 좋거든요. 음악 맘껏 듣고 청취자들하고 이야기하고 또 실없는 농담도 한 마디씩 하고. 그래서 청취자들이 재밌어하면 또 기쁘고. 지겹지가 않으니까 지금까지 한 거지, 이걸."

영화 <패터슨>을 보면 패터슨이라는 버스 운전사가 나온다. 그는 매일 똑같은 코스를 반복해서 돌면서 운전해야 하는 자신의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 같은 코스를 돌더라도 매번 새로운 승객이 타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슬쩍 엿듣고, 저녁이면 집에 가서 맥주 한 잔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차분한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틈새를 찾아내고 그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은 더 자주, 더 많은 행복과 마주치기 마련이다. 배철수의 똑같은 하루도 마찬가지다. 늘 같은 일상이지만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사연이 있고, 그 안에서 그는 하루하루를 각기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책 [사는 게 정답이 있으려나] 배철수 편에 나온 내용을 읽으며 알게 된 내용이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서

위키백과를 찾아보니 이렇다.


배철수는 1953년 8월 18일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는 경기도 개성 출신이다. 1977년 육군 하사로 전역한 이후 1978년 동양방송 TBC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그룹 활주로(RUNWAY)의 일원으로 출전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로 인기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도 출전 〈탈춤〉으로 은상을 받았다. 1979년 송골매를 결성해서 보컬, 드럼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 구창모 등 블랙 테트라 멤버들을 영입, 보컬 및 기타 주자로 활동했다. 1983년 3월 20일 KBS 2TV 젊음의 행진 생방송 도중 마이크를 바로 잡으려 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해 방송이 중단되고 입원 치료를 받은 일화가 유명하다. 송골매에서 활동하며 9장의 음반을 내고, 이후 1990년 3월 19일부터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팝 전문 DJ 활동을 시작했고, 1991년 송골매가 활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로는 DJ 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사실상 가수 분야 은퇴를 선언하였다.

나는 배철수가 구창모를 영입해 '송골매'로 활동하던 80년대 시절부터 기억하고 있다. 왜 이런 이름을 만들었나 궁금했는데, 책에 송골매 탄생의 배경이 나왔다. 1979년 '활주로'를 전신으로 삼아 훗날 슈퍼밴드가 될 '송골매'를 결성했는데, 당시 배철수가 다니던 항공대 로고가 송골매여서 그걸 밴드 이름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에서 학력 사항 중 중 눈에 띄는 게 한국항공대 항공전자공학과 학사 수석이란 사실이었다. 노래하느라 공부 안 했다고 하시더니 나름 항공대에 애정도 있으셨고, 발군의 실력도 갖추셨구나.

다시 배철수의 음악으로 돌아와서...

음악은 참 신비한 힘을 지녔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예전 그 시절의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중증치매에 걸리신 분들이 자식은 못 알아봐도, 자신이 오래전 즐겨 듣던 노래들은 기억을 하시고 흥얼흥얼 따라 부른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음악이 활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강력한 힘을 지닌 음악은 때로는 우리를 과거의 어떤 시절로 데려 가주고, 때로는 새로운 세대와 연결해 하나의 물꼬를 트는 힘을 보여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역대 음악 영화 중에서도 흥행 신기록을 세우면서 많은 사람들이 퀸(Queen)의 음악을 다시 찾아들었다. 퀸과 동시대를 겪은 사람들은 퀸의 음악에서 그 시절의 자신을 돌아봤고, 퀸이 누군지도 몰랐던 세대 역시 영화를 보며 귀에 익은 노래를 속으로 따라 흥얼거렸다. 이 영화의 흥행에도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젊은 세대들이 퀸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듣고 라디오에 신청 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사실 우리 사회의 세대 간 단절이 굉장히 심해서 어떻게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라고 생각했는 데, 음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랍고 좋은 거죠. 보헤미안 랩소디를 3대가 같이 보러 가고 그랬대요." (배철수의 인터뷰 내용 중에)

몇십 년간 팝을 듣고 사랑해온 배철수가 좋은 음악을 소개할 때 우리는 세대와 상관없이 그 음악의 '좋음'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대단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고, 그저 내가 하 는 일은 젊은이들과 같이 음악을 듣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들이랑도 서로 음악을 추천해주고 음악에 대 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도 하죠. 물론 세대 차이가 나니까 다른 부분에 대해선 아이들이 나를 꼰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악 이야기만큼은 평등하게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배철수는 방송을 통해 음악을 소개하는 데 있어서 한편으 로는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고 한다. 청취자들이 음악캠프와 함께 성장하고 함께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중고등학교 시절에 음악캠프를 들으며 문화적인 소양이 만들어졌다는 사람도 있고, 그 사람들이 문화예술계 곳곳에 현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있다는 것은 보람과 함께 두려움이 공존하는 일임을 알게 된다.


배철수는 언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출연했던 문유석 판사의 말을 늘 되새기고 있다고 한다.


"두려워하지 않는 힘은 괴물이 된다."


가지고 있는 힘을 두려워하되 동시에 그 힘을 사회에 긍정적으로 발휘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늘 잊지 않으려는 배철수는 그런 어른이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참 멋진 사람이다.


* 배철수의 인터뷰 내용은 책 [사는 게 정답이 있으려나]에 나온 글을 참고해서 썼습니다.

* 카카오미니 관련 글

https://brunch.co.kr/@malgmi7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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