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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Nov 08. 2021

박달재엔 목굴암과 오백나한전도 있다우!

제천 박달재 명소

조선 중엽 선비 박달과 제천 편동마을 금봉낭자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서린 충북 제천 박달재에 가면 특이한 나무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름하야 목굴암과 오백나한전.

커다란 나무 속을 파내어 아미타불을 조각한 목굴암도, 삼존불과 오백명의 제자를 하나하나 새겨넣은 오백나한도 참 인상적인 박달재의 명소이다.


* 박달재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아래 글에

https://brunch.co.kr/@malgmi73/285


박달재 정상에 마련된 휴게소와 공원에 차를 주차하고 아래로 100m 가량 걸어내려가야 하는 곳에 있다보니, 깜빡하고 놓쳤다가 박달재를 두 번이나 넘은 뒤에야 찾게 되었다.

목굴암은 1000년 된 느티나무 안에 굴을 파고 그 안에 아미타불을 조각한 법당이다. 느티나무는 어른 다섯 명이 손을 맞잡아야 겨우 둘러싸는 굵기로, 허리를 굽혀야 들어갈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 토굴이나 석굴 같은 느낌을 준다.

작품의 소재인 고목은 충주에서 발견한 고사목을 이용한 것으로, 이 나무를 가져온 성각스님(어성호 작가의 법명)은 박달재에 얽힌 박달이와 금봉이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그 둘의 영혼이 부처의 힘으로 천년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단다.

목굴암 꼭대기에는 가지를 깎아 만든 연꽃이 있는데, 이 연꽃은 진흙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박달이와 금봉이의 영혼이 극락에 이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스님은 나무의 비어있는 속을 깎아 넓혀 작업공간을 만든 다음, 울퉁불퉁한 내부표면을 다듬어 두께가 일정하도록 하였으며, 아미타불을 조각한 후 금을 입혀 마무리하였다.

완성된 목굴암은 내부 폭이 좁아 한 번에 한 명씩 밖에 들어갈 수 없다. 이것은 이 작품을 찾는 이들이 홀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자각하고, 나아가 주위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목굴암 옆에는 크기가 비슷한 느티나무에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오백나한과 삼존불을 새긴 오백나한전이 있다.

오백나한은 쪼개진 나무 안에 삼존불(三尊佛)과 오백나한을 조각한 것이다.

오백나한이란 열반한 부처의 생전 설법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모였던 500명의 제자를 의미한다.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노애락(喜怒哀樂), 백팔번뇌(百人煩惱)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여겨지는 나한을 믿는 문화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크게 성행하였다. 한국의 많은 사찰에서는 나한전을 건립하여 부처 뿐 아니라 그 제자들에 대한 존경을 표시하고 있다.

성각스님은 충주에서 이 나무를 발견한 순간 부처의 제자들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인에게 나무를 판매하려던 주인을 만나 “민족의 유산으로 남기고자 한다."고 설득하여 이 나무를 박달재로 옮겨오게 됐다.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스님은 나무의 내부 굴곡을 살려 표면을 다듬고 오백나한을 조각하였다. 그 다음 나무의 중심에 과거를 관장하는 제화갈라불(提華褐羅佛)과 현재를 관장하는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미래를 관장하는 미륵불(彌勒佛)로 구성된 삼존불 (三尊佛)을 조각하였다. 이 구성은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이 과거, 현재, 미래에 걸친 세 부처와 그 제자들의 깨달음을 느끼고 마음의 평안을 얻기를 바라는 스님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목굴암과 오백나한전을 둘러보고 나서

건물 2층에 마련된 전시실에 올라가니

다양한 나무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남근의 귀두 모양을 한 나무를 만져보라고 한 작품이 재밌는 인상을 남겼는데, 사람들이 하두 만져서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작품이 맨들맨들 빛이 났다.

벽에 걸린 액자들 속에서 이 작품들을 만드신 성각스님의 사진도 발견했다.

전시실 중앙에 커다란 탁자와 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목공체험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게 아닌가 싶은데,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듯했다.(20.7.25. 기준)

전설이 되고 노래가 된 박달선비와 금봉낭자의 슬픈 사랑을 돌아보는 박달재 목각공원에서 조금만 아래로 발길을 옮겨 이곳 목굴암과 오백나한전을 모신 천년목찰을 찾으시면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절로 탄성이 나오는 색다른 불교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으니, 박달재 가시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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